산업 기업

인텔, 내주 獨 110조 반도체 팹 투자 발표…미·유럽 반도체 동맹 [뒷북비즈]





인텔이 신규 공장 건설 지역으로 독일을 낙점한 것은 반도체 인프라가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에 편중된 만큼 공급망을 유럽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는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는 인텔의 파상 공세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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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새로 건설하는 독일 공장에서 자사 반도체는 물론 고객사 칩을 대신 생산하는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라인을 함께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회사 파운드리사업부(IFS) 내 차량용 반도체 조직을 별도로 꾸린 만큼 유럽에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울러 인텔은 기존 아일랜드 공장의 생산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 설비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의 이번 투자는 서방 국가 간 반도체 기술 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인텔코리아는 독일 투자 건에 대한 질문에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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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독일 투자는 주요국 간 ‘기술 동맹’ 관계가 강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현상이 심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반도체 공급 불균형을 지적한다. 반도체 생산 인프라 80%가 아시아에 몰려 있어 세계 곳곳으로 설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칩 생산 기술이 우수한 미국, 굴지의 수요 업체들이 몰린 유럽 회사가 뭉쳐 연합전선을 구축해 칩 인프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초강대국인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에 따라 현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또 외부에서는 공고한 연합 작전을 취하면서도 안방에서는 기술 확보와 인력 유출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각 국가의 모습도 흥미롭다. 국내 업계에서도 이런 세계의 움직임에 대비해 우수 인력을 양성과 함께 인력 유출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동맹 ‘합종연횡’

최근 주요국 간 반도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사례가 상당히 늘고 있다. 각자 취약한 곳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인텔의 독일 공장 투자 또한 인텔과 유럽 전통의 자동차 업체들 사이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은 오는 2030년 차량 제조 원가에서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차량용 시장을 잡기 위해 파운드리사업부(IFS) 내 차량용 반도체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체 칩 개발을 노리는 BMW·아우디 등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은 지근거리에 맞춤형 고급 칩을 만들어줄 설비가 생기면 마음 놓고 칩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향후 인텔과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새롭게 지어질 팹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하며 반도체 대응 전략을 준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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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기업의 첨단 설비를 미국으로 내재화한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난해 1월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삼성전자·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20조 원 이상을 들여 현지에 새로운 첨단 반도체 팹을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와 올해 2월까지 삼성전자·인텔·TSMC가 미국에 새롭게 건설하겠다는 수십조 원 단위 신규 팹만 해도 10개가 넘어갈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이외에도 아시아 국가에서 취약한 반도체 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업체와 손을 맞잡은 모습도 보인다. 일본은 파격적 인센티브로 TSMC의 차량용 반도체 기지,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의 새로운 현지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한국-일본-대만-서방국가로 이어져 신흥 강자인 중국을 견제하는 ‘반도체 벨트’가 만들어진 점도 괄목할 만하다.

◇치열해지는 자국 기술 우위 경쟁

치밀한 동맹 관계 구축과 함께 주요국이 각자의 원천 반도체 기술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견제해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주는 전략을 세운 미국의 움직임이 가장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시 국가 안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반도체는 ‘원조’ 격인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 기술 없이는 사실상 제조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에는 네덜란드 정부까지 압박해 ASML이 중국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출을 저지했다. EUV 장비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인데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첨단화를 막은 것과 다름없다.

대만 정부도 강력한 인력 보호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대만은 ‘국가 핵심 과학기술 경제 간첩죄’를 신설했다. 중요한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자에게 최대 징역 12년 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반도체 왕국 재건을 꿈꾸는 일본 역시 기술 유출 단속에 적극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은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연구자를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이 주인 경제안전보장 추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1976년부터 일본 기술자 1000명 이상이 한국·중국·대만 기업으로 이직한 탓에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뺏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30년간 유지한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 과감한 인력 양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중국 반도체 업체로의 인력 유출, 인구 감소로 인한 반도체 인력 부족 등으로 토종 고급 인력이 모자라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신격차’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 지금의 초격차를 수성할 수 있는 인재를 폭넓게 키워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임진혁 기자·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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