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유럽 '푸틴 뒷배' 정조준…올리가르히, 러 압박 지렛대 될까

[글로벌 What] 서방 제재 집중 타깃 된 러 '올리가르히'

사실상 러 경제 지배 '신흥재벌'

"푸틴 돈줄 차단" TF까지 구성

美, 부호·가족 등 47명 추가제재

英·獨 등도 자산동결·몰수 나서

제재에 일부 푸틴 공개비판 불구

"침략 저지에는 역부족"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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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총구가 러시아 신흥 부호 ‘올리가르히’를 정조준했다. 올리가르히의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재 명단을 속속 늘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주위를 맴돌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러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들 올리가르히를 지렛대 삼아 푸틴의 야욕을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까지 러시아 최고 부호 20명의 총자산 3분의 1이 증발할 정도로 제재가 집중되자 올리가르히 사이에서도 푸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 보이지만 러시아의 공격을 중단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하다.

美·유럽, TF 구성해 올리가르히 제재

3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러시아 국민을 희생시켜 부를 축적하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물질적으로 지원했다”며 올리가르히 19명과 그 가족 및 지인 47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입국이 금지된다. 명단에는 186억 달러(약 22조 원)의 자산가이자 철강 업체 메탈로인베스트 소유주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등이 포함됐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에서 올리가르히를 “폭력적인 정권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자들”이라고 평가하며 이들의 자산을 몰수하는 TF를 만들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유럽도 올리가르히를 겨냥하고 있다. 영국은 이날 우스마노프와 이고리 슈발로프 전 부총리를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이들의 영국 내 자산 190억 달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유관 부처들과 함께 ‘올리가르히 범정부 TF’를 꾸려 촘촘한 제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독일은 지난달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대러 제재 조치에 따라 이날 우스마노프가 소유한 6억 달러 상당의 초호화 요트 ‘딜바르’를 압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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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러 경제 지배한 푸틴의 ‘뒷배’

제재의 집중 타깃이 된 올리가르히는 소수에 의한 정치인 ‘과두정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의 러시아식 표기다. 이들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금융 등 국영 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권과 유착해 부와 권력을 얻은 신흥 부호와 관료들로, 사실상 러시아 경제를 지배하는 세력이다. 일례로 우스마노프는 ‘USM홀딩스’를 통해 정보기술(IT)과 미디어·통신 등의 영역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서방은 이들이 푸틴의 ‘뒷배’ 역할을 자처하며 대규모 정부 사업을 따내고 있다고 본다. 푸틴의 최측근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수주하고 크름반도(크림반도) 교량 건설 사업을 입찰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겨냥한 제재는 이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3일 미 CNBC는 러시아 최상위 부자 20명이 가진 총자산의 약 3분의 1인 800억 달러가 자산 압류 조치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 등으로 날아갔다고 분석했다. 서방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부 올리가르히는 공개적으로 푸틴을 비판하고 있다. 세계 2위 알루미늄 기업인 루살의 올레크 데리파스카 창업자는 “평화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 설립자인 미하일 프리드만은 “전쟁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의 최측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 매각에 따른 수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푸틴에 빚진 자들…압박 힘들 것”

다만 이들이 푸틴을 저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과거에도 자신에게 반발하는 올리가르히를 응징한 바 있다. 한때 러시아 최고 부호로 평가됐던 ‘석유왕’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푸틴이 자유시장 원리를 무시한다고 비판했다가 2003년 사기, 자금 세탁, 횡령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관료였던 맥스 버그먼은 “모든 올리가르히는 자신의 부를 크렘린궁에 빚지고 있다”며 이들이 푸틴을 압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방이 끝까지 이들을 몰아붙이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적대 세력에 대한 통합제재법’ 등을 이용하면 올리가르히가 은닉한 자산을 찾을 수는 있다”면서도 “서방에서 경제·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이들은 러시아 재벌들과 재정적으로 깊이 얽혀 있어 실제로 시행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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