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쏟아지는 국민연금 개혁안…‘폰지’ 의혹 벗고 청년 신뢰 얻을 수 있을까

대선후보 '연금 개혁' 약속에 논의 불붙어

지난해 국민연금 91.2조원 운영수익에도

저출산 속 기금 고갈 시기 앞당겨질 전망

소득비례·자동안정장치 등 개혁방안 논의





여야 가리지 않고 대선후보들이 ‘연금 개혁’을 약속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연금 문제는 그간 예민한 문제인 만큼 그 어느 정치세력도 쉽게 손대지 못했던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약한 수준의 모수적 개혁안만 만지작거리다 결국 논의가 흐지부지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연금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는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공적 연금 제도 자체가 결국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일하는 사람들, 즉 젊은 사람들이 내는 보험료로 만들어진 기금으로 현재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금 보험료를 내는 청년들이 노인이 되면 기금이 고갈되고 보험료를 내 줄 생산연령인구까지 급격히 감소하는 만큼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을 통해 91조 2000억원을 벌어들이며 10.77%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급자들에게 지급한 연금액의 3.1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운용수익으로만 2021년 수급자들에게 3년 간 연금을 지급할 수도 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2021년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948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3년 치 연금액을 벌어들일 정도로 엄청난 ‘흑자’를 냈음에도 왜 ‘고갈’ 논의는 끊이지 않는 걸까요. 우선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연금 수령연령으로 진입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연금액 지출은 급격히 불어날 전망입니다. 반면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생산연령인구는 급격히 줄어들 전망입니다. 들어오는 돈은 적어지는 반면 나가는 돈은 많아지니 재정이 악화할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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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경제 성장률을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로 쌓인 기금을 국내주식·해외주식 등 다양한 투자를 통해 불리고 있습니다. 1988년 설립 이후부터 국민연금은 평균 6.76%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앞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 지난해 주로 수익을 올린 해외주식과 대체투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엄청난 유동성 장세의 영향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풍년’이 매번 이어지리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2018년 진행된 4차 장기재정 추계작업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하고 2057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전망입니다. 물론 당시 예측한 인구 구조, 경제 성장률 등등 다양한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만큼 ‘무조건’ 고갈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이보다도 녹록지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인 출산율을 4차 추계 당시에는 2017년 기준 1.2명, 2030년 1.32명, 2060년 1.38명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지난해 출산율은 0.81명에 그쳤습니다. 5차 추계를 진행하면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고갈 시기를 늦추고 더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다양한 국민연금 개혁방안들이 논의됐고 또 지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현재 국민연금 체제를 유지하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숫자를 건드리는 ‘모수적 개혁’입니다. 재정 안정 등을 위해서 대체로 ‘더 내고 덜 받는 식’을 추구하고 있죠.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용하 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분배의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실패모델로 검증됐다며 구조 개혁 없이 현행 국민연금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제도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현재 연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험료율만 올릴 경우 중간 이상 버는 고소득층은 낸 만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낸 만큼도 못 받는 경우 연금 가입 유인이 떨어질 테고 재정난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치나 구체적인 방안에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학자들 상당수가 국민연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 소득비례방식으로 전환하고 취약계층과 같은 사각지대를 기초연금·보충연금 등의 제도로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에는 재분배 기능도 같이 들어가 있어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보다 적게 낸 사람이 낸 금액 대비 많은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를 낸 만큼 받는 형식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보험료를 많이 납부하지 못해 받는 금액이 적은 빈곤층을 위해서는 기초연금 등의 제도를 통해 보장하고 고소득층의 경우 민간연금 등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노년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조하자는 목소리 또한 있습니다. 윤석명 위원 같은 경우 연금 재정 안정화와 탈정치화를 위해 사회·경제적 요인을 계산, 일정 기간마다 연금을 삭감 등 조정하는 ‘자동안정장치’의 도입 또한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하더라도 취약계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만큼 후세대의 부담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연금 개혁에 모두가 만족하는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한 발짝 씩 양보해 재정 지속가능성을 챙기면서도 노년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이 차기 정부에서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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