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선판 흔든 '황당한 해명'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특정 후보에 기표된 용지 나오고

확진자 본인 확인 과정 주먹구구

사안 중한데 선관위는 "단순 실수"

최종 책임자가 똑바로 처신해야





확진자들 사전투표가 대선 국면의 또 하나의 핵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6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에서 확진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넣을 봉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기표된 용지 1장이 이미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투표소에서 이런 문제가 3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부산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5일 오후 6시 4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 투표소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유권자 6명이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에게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종류는 다르지만 인천에서도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다. 21세기에, 그것도 선진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대한민국에서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선관위 측은 안타깝고 송구스럽지만 부정의 소지는 절대 없고 실수에서 빚어진 일들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실수라고 할지라도 이 문제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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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적할 부분은 만일 선관위가 국민들의 신뢰를 충분히 받고 있었더라면 이런 문제가 현재 상황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관위는 자신들을 뒤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또한 “안타깝고 송구하지만 실수”라는 언급으로 국민들의 문제의식을 해소시킬 수 있는가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선관위가 구체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먼저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야당 참관인들이 투표 중지 요청을 했는지, 요청했다면 그 요청을 받아들였는지, 만일 받아들였다면 언제, 어떤 이유에서 투표를 재개했는지, 만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왜 야당 참관인들의 권리를 무시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있어야 한다.

선관위가 해명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이번 확진자 투표 절차를 확정하는 과정에 ‘감염병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았는가 하는 부분을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감염병 전문의들은 확진자들의 투표용지에 바이러스가 묻었다손 치더라도 하루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게 되고 “확진자들도 마스크·장갑을 다 끼고 투표 관리인들도 방역복을 입고 하면 기표소에 투표하면 되는데 왜 이런 절차를 거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투표 관리는 과학의 영역인만큼 투표 방식 결정 과정에서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는 것은 당연한데 그렇기 때문에 과연 자문을 받았는지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정부의 방침은 확진자의 동거 가족도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데 이런 정부의 입장에 현재 확진자 투표 과정이 부합하는지에 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확진자들의 ‘본인 확인’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도 문제다. 선관위가 유전자증폭(PCR) 검사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하거나 아니면 페이스 실드를 투표 관리인들에게 착용하게 하고 본인 확인을 철저하게 했더라면 이런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 본인의 투표용지를 타인에게 건네고 타인에게 투표함에 넣도록 한 부분이 선거법, 더 나아가 직접·평등·보통·비밀의 헌법적 사안과 충돌하지 않는지에 대한 법리적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선 본투표일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법리 해석은 시급하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대다수의 선관위 공무원들의 잘못은 아니다. 진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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