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핵 공유’ 발언이 일본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핵 공유는 용인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지만 집권 자민당과 우익 성향의 야당이 비핵 3원칙 재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측근 중 한 명인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이날 후지TV에 출연해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 대해 당내에서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익 성향의 야당인 일본유신회도 핵 공유에 관한 논의를 요구하는 제언을 지난 3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제출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위기를 이용해 핵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우익을 비판하고 나섰다.
핵 공유의 필요성을 놓고 일본 정가가 분열되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은 아베 전 총리가 지난달 27일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핵 공유’ 정책을 일본도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하면서 불거졌다. 미국은 나토 일부 회원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이들 국가와 공동 운용하는데 이를 나토식 핵 공유라고 통칭한다.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러시아·영국이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한 뒤 “그때 전술핵을 일부 남겨뒀더라도 어땠을까 하는 논의도 있다”며 핵 공유에 관해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내다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3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모임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의 침공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