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부적절하게 관리됐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각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줄잇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허술한 대응이 직접투표 및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실제 형사책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최소 네 곳의 시민단체가 ‘사전투표 선거 부실관리’와 관련해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과 자유대한호국단은 각각 대검찰청에 노정희 선관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세환 사무총장 및 선관위 관계자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서울중앙지검에 노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전날 노 위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선관위는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은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관내 선거인의 경우 ‘임시기표소 봉투’에 관외 선거인은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이후 사무원이 참관인 입회하에 관내 선거인 투표지와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쓰레기 봉투, 플라스틱 바구니에 투표지를 담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각 시민단체는 이러한 방식이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은 '투표지는 기표 후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로, 공직선거법 167조 1항은 ‘투표의 비밀은 보장돼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봉투 등에 담아 옮긴 데는 부실관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 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선관위 측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사전에)여러 차례 시뮬레이션과 준비를 해왔다”면서 예기치 않게 혼선이 생겼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선관위에서 확진자 격리자들에 대한 투표 시뮬레이션을 공개해 달라”며 이날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날 대한변호사협회는 “코로나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지 부실 취급사태에 관한 논란에 대해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조사와 조치를 요구한다”도 성명을 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지 못한 데서 출발한 사안이므로 직무태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다만 개별 단위의 투표소를 모두 처벌 대상으로 볼지는 법률·규칙 위반 여부를 세세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