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배당제한·상환유예에 준비금까지…난감한 금융사

4대 금융그룹 이달 24~25일 주총

당국 "배당 평년수준 참고" 지침에

작년 실적잔치에도 배당상향 눈치

코로나發 상환유예 등 정책 특수성

외국인 큰손 납득시키기 쉽지않아

금융지주 회장 직접 해외출장 감행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 총력

지난해 3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디. 사진 제공=KB금융지난해 3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디. 사진 제공=KB금융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외국인투자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한 금융지주회사 최고위 관계자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사상 최고 이익에도 사실상 금융 당국의 배당제한 조치에 예년 수준밖에 배당할 수 없는 상황을 해외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24일)과 KB금융·우리금융(25일)이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하고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투자설명회)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긴축 속도 조절의 영향으로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정책 변수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KB금융(72.06%), 하나금융지주(71.32%), 신한지주(62.28%), 우리금융지주(34.14%) 순으로 높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은 배당이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총 순이익은 14조 5429억 원으로 전년(10조 8143억 원) 대비 3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덩달아 배당금 총액도 3조 7309억 원으로 ‘배당 축소’를 권고받았던 지난 2020년(2조 2929억 원), 2019년(2조 8671억 원) 대비 각각 63%, 30% 증가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7%를 기록했다. 앞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지난해 6월 배당 제한을 풀면서도 ‘평년 수준을 참고하라’는 단서를 달면서 배당을 올리려는 계획은 또 제동이 걸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라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4대 금융지주사 주가는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올 2월 초중순 실적 발표를 전후해 정점을 찍은 뒤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2월 고점 대비 각각 17.17%, 16.46% 떨어졌고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 역시 각각 14.37%, 10.47% 하락했다.

여기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연장도 외국인투자가들에게는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이 또다시 6개월 연장된 만큼 각 은행들은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일 0.4%에 불과한 충당금을 두 배 수준인 0.8%로 높이면 추가 비용은 4사 평균 1조 원 내외”라며 “2022년 배당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충당금뿐만 아니라 대손준비금도 더 쌓으라고 금융사의 팔을 비틀고 있다. 금융사는 충당금 적립액이 감독규정상 최저치에 미달하는 경우 이를 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4일과 이날 은행들에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비해 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했다. 규정 이상의 준비금을 쌓으라는 주문에 은행들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수정된 재무제표를 재승인해야 할 판이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나서 콘퍼런스콜(화상회의) 참석 등 투자자와 비대면 접촉을 늘리는 한편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분기배당 추진 등 추가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 정례화를 공언했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 정책과 관련해 “분기배당은 지난해에 실시했고 올해도 정례화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의 경우 한다, 안 한다 말할 수는 없지만 실행할 때 시장과 소통하겠다. 소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분기배당·자사주 소각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궁원 하나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은 “단순히 분할지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주주환원, 주가부양 효과가 나타나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이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해외 투자자 대상으로 대면 IR을 2년 만에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최종 성사된다면 손 회장은 완전 민영화에 따른 지배구조 강화 등 우리금융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알리게 된다. 손 회장은 이달 4일 자사주(우리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입하기도 했다. 4대 금융지주 최고위 관계자는 “대외 환경도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금융 지원 연장은 해외 주주들에게는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화상으로라도 직접 만나 설명을 하고 실적 우려를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