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대규모 실직 VS 공정성 제고"…직접생산확인제 갈등 고조

7일 중기부서 협동조합 이사장 및 임직원 시위

중기부, "민간 전문가 선발해 공정성 강화"

조합, "공정성 문제 無…관련 직원 400명 실직"

7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 앞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산하 ‘대표관련단체 지정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7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 앞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산하 ‘대표관련단체 지정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확인 여부를 실태조사하는 업무 권한을 두고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이 담당하는 조사 업무를 중소벤처기업부가 타 기관으로 이관하려는 가운데, 관련 단체들이 중기부의 일방적인 조치라며 집회와 1인 시위로 거세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7일 중기중앙회 산하 협동조합이 구성한 ‘대표관련단체 지정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세종시 중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기부가 이 같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기부는 2007년부터 직접생산확인 대표 단체로 협동조합을 지정해 조사 업무를 맡겨왔다. 하지만 중기부가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해당 업무를 중기중앙회 산하 협동조합이 아닌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이에 대응해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직접생산확인이란 소수 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영세 기업의 판로 확보를 돕기 위해 공공기관의 제품 구매 시 중소기업만이 납품할 수 있도록 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과 관련된 제도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받아 공공기관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접생산확인'을 거쳐 해당 기업이 적합한 생산 시설 및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받아야 한다.




중기부는 ‘공정성 강화’를 이유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을 납품하는 단체가 직접생산확인 업무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국회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조합 회원사와 비회원사 간 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기부 측은 “납품 확인을 한 단체가 직접 공급업자로도 활동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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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실태조사를 담당할 민간 전문가 조직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민간 전문가 500명을 선발한다는 모집 공고도 냈다. 특히 중기부는 전문성 확보를 목표로 신청 자격을 엄격히 제한했다. 중기부의 모집 공고에 따르면 ‘정부 및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 소속 연구인력으로 5년 이상 경력, 변리사 자격증 소지자, 대학교 또는 전문대학 조교수 이상’ 등의 자격을 갖춰야만 조사원으로 지원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 산하 협동조합은 중기부의 제도 개편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기부가 지적한 공정성 문제가 업계 실상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중기부에서 제작한 조사표대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중기중앙회에 이관하기 때문에 불공정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면서 “조합 비회원사는 앞으로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과 같은데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이유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납품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협동조합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라벨만 교체해 국내산 제품으로 둔갑해 공급하거나, 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 업체가 아닌 타 업체의 제품을 공급한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2년에 딱 한번 실태조사를 시행할 뿐 이후 벌어지는 납품 과정을 일일이 검수할 수 있는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중기부나 조달청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을 납품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 제도를 보강해야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기부가 추진하는 내용대로 제도가 바뀌면 수백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400여 명의 정규직 조사원들이 15년간 직접생산확인 관련 업무를 해왔다"면서 “중기유통센터로 업무를 이관하면 정규직으로 있는 협동조합 직원들은 다 내보내야 한다는 말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중기부와 협동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 해결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협동조합은 “조합의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기부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여러 포인트가 보이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동이 없다”면서 "협동조합이 어려움을 호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기중앙회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기부가 개정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고 아직 국무회의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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