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 시대가 고착화돼 뉴노멀에 대해 얘기하던 우리는 2022년 현재, 전혀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19 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정부는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보호하고 소득이 단절되지 않도록 도왔으며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한계기업의 파산을 막고 자산 시장의 가격 급등과 맞물려 투자 열풍이 불게끔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인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 왔지만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른 위드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물가 상승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정책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일시적일 것으로 만만히 봤던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로 커지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도 3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제 유동성과 서비스 풍요의 시대에서 절제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성장기에는 양측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가 원활하게 수급되면서 가격이 결정됐다. 고질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시스템에 자리 잡은 선진국은 신흥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글로벌 수요 확대를 이끌어 냈고 엄청난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며 15년 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당시는 공급 대비 강력한 수요에서 물가 상승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차이가 있다. 소득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시장경제에 공급된 엄청난 유동성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소비가 촉진돼 수요가 개선된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교역 시장이 셧다운과 록다운을 반복하며 공급망 문제를 일으켜 서비스와 재화의 가격이 상승한 공급 측면의 문제가 인플레이션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절제의 시대에 살아가기 시작했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협력 관계를 통해 부족한 공급을 메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절제의 시대의 투자 관점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강도가 강할 수 있음을 대비하는 것이다. 필자도 직장 경력이 20년이 조금 넘었지만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인 것을 처음 본다.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예단할 수 없다. 예상보다 연준의 기준금리 최종 목적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면, 기업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금 확보를 지금이라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자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맞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선택일지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행동 시점을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적어도 물가 안정이 가시권에 들어와야만 안정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