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美 독자 에너지 제재해도 EU는 시간필요”…“美증시 더 떨어질 가능성”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고 에너지 가격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하락했는데요. 나스닥이 3.62%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95%,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38% 떨어졌습니다.

이날 국제유가도 큰 변동성을 보여줬는데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에너지 수출제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발언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다가 이후 독일이 이를 꺼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19달러 선으로 하락 마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팽배해지고 있는데요.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오늘은 유가와 증시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 대체 공급처 찾는데 시간 걸려…곧바로 증산 쉽지 않아”


지금까지 월가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몇 차례 잘못된 예측을 했었습니다. 첫 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것이고, 두 번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면 며칠 내 함락시킬 수 있다고 봤던 것이죠. 첫 째는 보기 좋게 틀렸고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예상이 빗나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를 향한 각종 제재가 늘어나고 있고 그렇다 보니 러시아 에너지 제재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지요. 에너지 제재는 유가전망에 핵심 사안인 만큼 이것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제재에서 러시아 에너지를 제외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당장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인데요.

토니 블링컨(오른쪽 세번째) 미 국무장관의 러시아 에너지 수출제재 적극 검토 발언에 시장이 흔들렸다. AFP연합뉴스


이는 서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설명드렸지만 유럽에서 쓰이는 원유의 약 30%인 1억5000만톤이 러시아에서 공급되는데요. 천연가스는 더합니다. 독일에서 쓰는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이 러시아산이고 이탈리아는 이 비중이 40%에 달합니다. 유럽연합(EU) 전체적으로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지요.

반면 미국은 수입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8% 수준입니다. 코웬의 부사장 제시은 가벨맨은 “시장은 미국의 경우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 금지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지요.

하루아침에 40~50%에 이르는 수입처가 사라지면 이를 대체할 곳을 바로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유럽국가들은 북해산 원유와 서아프리카, 중동에서 더 많은 수입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원유와 가스 생산이 수도꼭지 트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또 러시아에서 들여올 때처럼 원하는 시점에 품질을 맞춰 받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데요.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지난 수년 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던 나라입니다. 꾸준한 투자와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갑자기 예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하는데요. 롭 레이몬드 RR 어드바이저의 창립자는 “베네수엘라는 수년 간 투자를 못해왔고 우리가 원하는 양을 바로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산 끊을 수 없어”…“대체 땐 중국과 인도 반사이익”


큰 손인 중동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추가 증산 없이 기존의 증산규모를 유지하기로 했었죠.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이날 “전 세계는 러시아를 대체할 충분한 원유생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한때 유가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도산했었습니다. 이후에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방침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요.

유가가 계속 130달러를 넘는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처럼 증산 여력이 있는 나라들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단계적으로 하게 될 겁니다. 이르면 8일 하원에서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시간이 필요한데요. 암리타 센 에너지 에스펙츠의 창업 파트너는 “(에너지) 수요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이날 러시아는 협박 섞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금지 조치가 이뤄질 경우 그 영향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죠. 상당 부분 과장돼 있지만 미국은 몰라도 유럽이 받을 영향은 적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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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미국과 달리 유럽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하더라도 반드시 시간이 필요한 것이죠. 전에 비해서는 제재에 좀더 적극적이으로 변했지만 하루아침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핵심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그의 말처럼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석유수입 금지와 관련해 “3주 전에 논의되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 에너지를 끊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못 끊는다는 것, 그래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이 지금 유럽의 상황이고 앞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출제재와 관련해 알고 있어야 할 대목입니다. 미국이 홀로 제재에 나서도 주요국이 참가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백악관도 이날 논란이 확산하자 러시아 에너지 제재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고 한 발 물러섰죠.

별도 얘기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 금지에 중국과 인도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는데요. 주요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를 찾겠죠. 지난 2일 있었던 유엔(UN) 총회의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군 결의안에서 중국과 인도는 기권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나토의 동진에 반대하기도 했었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에 에너지 제재가 가해지면)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일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이 경우 러시아의 돈줄을 죈다는 기존의 목표는 희석되면서 중국 좋은 일을 시켜줄 수도 있게 됩니다.

“휘발유·식품가격 상승 소비에도 영향…증시 더 떨어질 수도”


월가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도 미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유가와 각종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2차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경제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보르그나는 “높은 식품 가격은 소비자들의 지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휘발유값이 계속 오르면서 “이제 SUV의 기름을 꽉채우는데 100달러 이상이 들게 됐다. 이것이 소비자들을 매우 화나게 한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휘발유가 너무 올랐다는 말들이 많은데요.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러시아산 원유와 제품의 전면 금수조치에 대한 전망으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며 일부 주에서는 5달러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갤런당 평균 휘발유가격이 4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식품가격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연준이 과잉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한다. 이는 정책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키피디아


이렇게 치솟는 물가는 연준이 과잉대응을 하게 만들고 결국 경기침체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는 예상이 더 확산하는 배경이기도 한데요. 루트홀츠 그룹의 수석 투자전략가 짐 폴센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빠르게 포트폴리오 전략의 중심에 서고 있다”며 “성장 둔화와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 내 생각에 우리는 이미 스테그플레이션에 있다”며 “1970년대를 재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연준의 과잉대응은 증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UBS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고 S&P500은 연말에 3700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요.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시나리오는 스테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유지되면서 임금과 가격급등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중앙은행들이 이미 약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연말에는 지금보다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곳들도 있지만 그 목표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씨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S&P500 목표치를 기존 5100에서 4700으로 조정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도 연말 예상치를 5100에서 4800으로 조정했지만 이 또한 지금(4201.09)보다는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증시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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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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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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