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미그기


1953년 9월 21일 북한 공군 소속 노금석(당시 21세) 대위가 소련제 미그(MiG)-15 전투기를 몰고 남하해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평양 순안비행장을 이륙한 지 13분 만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방위산업체 등에서 근무하며 조용히 살았던 그는 1996년 귀순 사건 등 인생 역정을 담은 책 ‘자유를 찾은 미그15’를 펴냈다.



옛 소련의 대표 전투기종인 미그기는 아르메니아 출신의 아르툠 미코얀과 미하일 구레비치가 공동 설립한 ‘미코얀-구레비치 설계국’에서 탄생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회사와 전투기 이름에 ‘미그’라는 약칭을 쓰게 됐다. 소련은 1930년대 말부터 전투기 개발에 들어가 1940년 미그-1을 선보였다. 초기 활약은 신통치 않았다. 미그-1은 기체 결함으로 존재감 없이 사라졌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고고도 전투기 미그-3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약 3000대나 생산됐지만 중고도에 특화된 독일 공군 전투기에 밀렸다. 6·25전쟁 당시 참전한 미그-15가 미국의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면서 미그기의 우수성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사상 첫 초음속 전투기인 미그-19를 내놓았고 1954년에 전 세계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한 미그-21을 선보였다. 미그-29는 공산권을 대표하는 ‘4세대 전투기’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러시아는 6세대 전투기 미그-41을 2028년까지 개발해 2035년부터 실전에 배치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폴란드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를 넘기면 그 대신에 미국의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의 거센 반발로 미그기 제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에 힘을 보태려는 국제사회의 연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를 보이면 이웃 국가들까지 적극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사태 당시 대통령과 정부군이 전투 의지를 보이지 않아 정부가 곧바로 무너진 것과 대비된다. 우리도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정민정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