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며 이번 전쟁이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전날 강론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의 성소수자 권익 지지를 죄악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이번 전쟁에 대해 '게이 프라이드'(성소수자 권익 증진)를 지지하는 곳과 반대하는 곳 가운데 하느님의 인간성이 어느 쪽에 머물지를 둘러싼 분쟁이라고 주장했다. 프라이드 행진은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 퀴어 등 성소수자를 사회적으로 포용하자는 취지로 개최하는 행사다.
키릴 총대주교는 프라이드 행진이 서방국가에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대로서 우크라이나를 갈라놓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프라이드 행진은 죄가 인간 행동의 한 변화된 형태라는 점을 펼쳐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며 "프라이드 행진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그런 나라들(서방)에 합류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에 터를 잡은 기독교의 한 종파로서 동방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정교회가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세속(종교 중립성)을 지향함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후 정권 입장을 추종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키릴 총대주교의 입장이 같은 기독교인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지난 6일 베드로 광장 주일 강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피와 눈물의 강이 흐른다"며 "이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죽음, 파괴, 고통의 씨를 뿌리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우크라이나를 순교자처럼 박해받는 국가로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에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