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은 올 1분기에만 최소 8조 원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적자 규모는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한 10조 원대 적자의 두 배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전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은 급등한 반면 이를 전기 요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유·천연가스·석탄 가격이 오를 때는 전력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싼 원자력발전을 더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당장 3월 상업 운전이 예정돼 있던 신한울 1호기는 반년 이상 늦어진 9월쯤에야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가동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신규 원전 가동이 늦어지는 근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이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최근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돌연 “원전이 운영되는 60년 동안 원전을 주력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5년 동안 이념에 얽매여 강행한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 요금 인상은 올 4월과 10월 두 차례로 예정돼 있다.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빚어낸 전기료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탈원전 즉각 폐기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 수립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