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코로나 금융지원 '폭탄돌리기'…출구 찾아야"

◆새정부 금융정책 첫 과제는

구체 상환계획 없이 선심성 급급

대출 만기연장 등 부실 커질 가능성

청년희망적금 재원 방안 확실히

LTV 완화 따른 가계부채 점검도





새 정부 출범에 금융권은 기대보다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여야 모두 금융 산업 전체의 발전 방향보다는 특정 계층의 표심을 노린 ‘선심성 지원 공약’을 내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은 코로나19 만기 대출 연장과 상환 유예로 이미 비용 부담을 떠안은 금융권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가 당장 마주할 금융정책 과제는 코로나19 지원 정상화다. 은행권의 반대에도 시행된 네 번째 6개월 만기 연장, 상환 유예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출구를 찾아야 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금융권의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대출 잔액은 총 13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금융 지원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이번 추가 연장 조치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준비금까지 추가로 쌓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지원 연장 효과가 나려면 차주들의 영업 환경이나 신용도가 눈에 띄게 개선돼야 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상환 계획 마련 없이 지원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부실 폭탄’ 돌리기밖에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 입장에서 만기 연장, 상환 유예가 6개월 연장된 만큼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조치가 끝나는 오는 9월에는 문제가 수면 위로 일시에 드러나 차주뿐 아니라 금융회사·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와중에 소액 채무 감면 확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신용 대사면’ 등의 공약은 자칫 금융권에 부실 이전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새 정부가 거리 두기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자영업자를 비롯해 금융회사와 시장 전반에 충격이 크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 앞다퉈 내놓았던 청년 금융정책의 방향도 새 정부의 금융정책 과제로 꼽힌다. 청년 표를 고려해 쏟아낸 청년 금융 지원 방안들의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각종 리스크를 금융권이 오롯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연체 정보를 관리하겠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차주의 신용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대출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담보대출처럼 담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신용 등급도 고려하지 않고 저리에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현 대출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 원 한도에서 일반 예금 상품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로 저축할 수 있는 ‘기본저축제도’도 정부와 은행의 재원 마련 부담감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혼란을 빚은 연 10%대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도 확대 개편하겠다고 입을 모으지만 구체적인 재원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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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표되는 부동산 금융정책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LTV 비율을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LTV를 완화하되 DSR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외 없이 대출금에 DSR을 적용한다면 LTV는 풀 수 있다는 논리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미국식 모기지 제도 도입을 부동산 금융정책의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권은 새 정부가 금융 산업 정책에도 힘써 달라며 각종 건의 사항을 내놓았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진화하는 은행들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진출 범위 확대를 건의했다. 보험사들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 의료 데이터 개방 확대 의견을 개진했다. 국무총리 산하 ‘데이터특별위원회’ 구성·운영을 통해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며 안전하고 체계적인 데이터 개방 체계를 구축하려는 데 발을 맞춰서다. 일부 보험사가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공 의료 데이터 제공을 요청했지만 시민 단체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카드 업계는 가맹점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3년 주기의 적격 비용 재산정에 기반한 현행 제도는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동네 마트, 슈퍼마켓에 이어 주유소와도 수수료 갈등을 겪고 있다.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추가 인하 여력이 없는데도 비용을 쥐어 짜내다 보니 생긴 일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면서도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안도 함께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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