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사태로 美·베네수 관계 개선?…5년간 억류 미국인 2명 석방

바이든 정부, 베네수엘라 접촉…美 기업인 2명 귀환

마두로 대통령 "앞으로도 美와 대화할 것"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와 미국 사이의 훈풍 조짐이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8일(현지시간) 자국에 수감된 미국인 2명을 석방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석방된 이들은 미국 정유회사 시트고(CITGO)의 임원인 구스타보 카르데나스와 쿠바계 미국인 호르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이런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백악관은 보도문을 통해 “오늘 밤 부당하게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던 미국 국민 2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면서 두 사람을 데려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의 귀환을 환영하면서도 베네수엘라·러시아·시리아·중국·이란 등지에 부당하게 붙잡혀 있는 모든 미국 국민의 이름과 사연을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7년 카르데나스를 포함해 시트고 임원 6명을 돈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남은 5명의 석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석방은 미국 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5일 베네수엘라를 찾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만난 후 이뤄졌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 속에 2019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대신 인정하며 마두로 정권과는 관계를 단절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단지에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단지에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에 제재를 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미국이 마두로 정권과 이례적인 직접 접촉에 나선 데에는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석유 공급 안정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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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쩍 돈독해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관계에 균열을 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미 언론은 분석했다.

실제로 NYT는 지난 몇 주간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중인 미국 인사들이 배후에서 마두로 정권과 원유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미 정부 관리들은 일단 NYT에 이번 석방 조치가 석유 거래 재개 협상의 일환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마두로 정권도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상황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각료회의에서 미국 대표단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공손하고 화기애애하며 외교적인 대화’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관심 사항, 의제들에 대해 계속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에 중요한 문제들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은 미국의 제재에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 끝에 석유 생산과 수출 모두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이에 NYT는 베네수엘라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유가 추세에 편승해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전문가와 미 관리를 인용해 분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지난해 10월 중단한 야권과의 대화에도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과 야권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노르웨이의 중재 속에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지만 미국이 마두로 측근 사업가의 신병을 확보한 데 반발해 마두로는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전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제스처로 시트고 임원들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가 관계가 악화한 후 다시 수감하기도 했다.


윤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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