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방공식별구역





중국이 2013년 11월 23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북아시아에 전운이 감돌았다. 이틀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미국 B-52 폭격기 2대가 27일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며 중국 공군을 압박했다.



방공식별구역은 타국 군용기의 영공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이다.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군용기는 미리 해당 국에 비행 계획과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관례다. 만약 통보 없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할 경우 이에 대응해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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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식별구역을 처음 설정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40년 본토 해안선에서 150㎞ 거리까지의 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했다. 각국 방공식별구역의 명칭은 맨앞에 자국의 영문 이니셜을 붙여 정해진다. 한국은 카디즈(KADIZ), 중국은 차디즈(CADIZ), 일본은 자디즈(JADIZ)이다. 카디즈는 6·25전쟁 중인 1951년 3월 22일 미군에 의해 처음 설정됐는데 2007년 관련 법률 제정으로 국내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한국은 2013년 12월 15일 중국의 차디즈에 대응해 이어도와 마라도 등을 포함시킨 카디즈를 설정했다.

중국 전투기들이 8일 대만 서남부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 기간 사흘 연속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대만은 즉각 군용기를 보내 경보를 발신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중국은 되레 대만에 대한 군사적 공세를 더욱 강화할 기세다. 중국은 카디즈에 대해서도 매년 수십 차례씩 무단 침입하고 있다. 이어도를 멋대로 차디즈에 포함시키고 카디즈를 제집 안마당처럼 여기는 것은 이율배반적 팽창주의 행태다. 러시아도 연평균 20여 차례나 카디즈를 무단 침범한다. 단호한 국방 의지와 강한 군사력을 갖추지 않으면 영공·영토·주권을 지켜내기 어렵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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