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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성수기에도…치솟는 유가에 페인트사 ‘춘래불사춘’

주요 페인트사 작년 매출 증대에도 이익 급감

원자재 불안 지속에 당장 가격 인상 없다지만

유가 200달러 관측에 “가격 인상 불가피” 전망도





국내 페인트 업계 사이에서 수익성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 직격탄을 맞은 주요 페인트 업체들은 3월 성수기를 맞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태발 유가 급등으로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 공시를 끝마친 노루페인트(090350)·삼화페인트(000390)·강남제비스코(000860) 등 페인트 3개사는 전년 대비 회사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페인트의 경우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73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7%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5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0%가 줄었다. 경쟁사들의 사정은 더 심각한데 삼화페인트는 14.5%의 매출 증대에도 영업이익이 94.5% 급감했다. 강남제비스코의 영업이익은 -12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인상의 여파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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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국제 원자재 시장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어 업체들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브렌트유의 경우 지난 6일 지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같은 날 장 중 130달러 선을 돌파했다. 재료의 수입 비중이 높은 페인트 업체로선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달갑지 못한 현상이다.

하지만 원자재 인상분을 판매가에 온전히 반영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페인트 산업은 특성상 타 업종 대비 성장이 비교적 제한적이고 경쟁도 치열해 업체들이 선뜻 판가 인상에 나서질 못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린 경험은 업체들의 부담을 더 높이는 것이다.

업체들도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한 페인트사 관계자는 “페인트 업종은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본격적인 제철이지만 원자재 시장이 불안정해 회사들의 우려는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을 둘러싼 상황을 쉽게 예단하기가 힘들어 우선 사태를 지켜본 후 적절하게 대응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축적된 재고로 원료 수급을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이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점도 판가 인상의 무게를 두는 이유다.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는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 업체들이 작년 5월께 가격을 올린 것처럼 고유가가 이어지면 버티지 못하고 추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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