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권심판론에 ‘대장동’‘과잉의전’까지…비호감 ‘변방장수’한계 보였다

2016년 文과 경선…박근혜 하야 주장하며 대선주자 부각

文정부, 부동산 수차례 사과·큰절에도 움직이지 않는 수도권

대장동 끝까지 발목… 배우자 의혹까지 “기댈 곳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상록수를 제창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성형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서울 집중 유세에서 상록수를 제창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국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촛불 민심’이 최고조에 이른 시절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며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지만 현 정부 최대 실정인 부동산 장벽에서 무릎을 꿇었다. 선거 기간 내내 여러 차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민심을 돌려세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이어갔다. 그는 “민간의 저런 비리 잔치를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 특히 부동산 문제, 그리고 청년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 가중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내로남불식의 남 탓이라든지 반성한다(2021년 11월 22일 선대위 회의)”고 밝혔다. 이어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2021년 11월 27일 페이스북)”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올해 들어서도 “주거 환경 주택 문제로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1월 13일 노원구 방문)”라든가 “서울이 부동산 때문에 고생이 많다. 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친 점에 관해 몇 차례 사과를 드렸고 오늘도 사과를 드린다(1월 21일 서울 메타버스 유튜브 출발 인사)”고 말했다. 하지만 끝까지 수도권 표심은 이 후보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서울뿐 아니라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격차가 좁혀지는가 하면 역전을 허용하며 최대 표밭을 잃고 낙선하고 말았다.



현 정부의 실정뿐만 아니었다.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기간뿐 아니라 본선 내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성남 판교 대장지구 개발 사업의 이익금이 화천대유 등의 특정 업체에 돌아간 점이 특혜라는 지적에 직접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다섯 차례의 TV 토론을 통해서도 해명했다. 윤 당선인과 TV 토론 도중 언성을 높이면서 감정적인 모습까지 연출하며 의혹을 해소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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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바지에는 대장동 의혹의 도화선이 된 부산저축은행 비리 문제를 윤 당선인이 해결했다는 녹취록이 등장해 반전을 기대했지만 여론은 이미 싸늘해져 있었다. 이 후보는 녹취록 보도가 나오자 “적반하장·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 달라(3월 6일 SNS)”고 호소했지만 야당은 오히려 해당 녹취록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대장동 의혹뿐 아니라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윤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연루된 녹취록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이 후보에 대한 ‘재판 거래 의혹’이 보도됐다. 해당 보도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였던 백 모 씨의 통화 내용을 입수해 전달했다. 백 씨는 2020년 2월 13일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비서관 이 모 씨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우리가 대법원 하잖아.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아 가지고”라고 발언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7월 16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경기도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내린 2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사실상 대선에 나갈 길을 열어준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선거법 무죄 판결의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해 경천동지할 만한 증거가 새로 드러났다”며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 측에서)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한참 전 이미 결과와 표결 구성, 선고일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가도를 열어준 대법원 판결조차 거래 의혹이 터지면서 이 후보 지지자들의 결집도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시장 시절 형수 욕설과 조카 살인 사건 변호 등도 대장동으로 발목 잡힌 이 후보를 주저앉혔다. 이 후보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저의 부족함이었다 생각한다. 피해자 여러분께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3월 2일 TV토론)”며 고개를 다시 숙였지만 얼어붙은 표심을 녹일 수는 없었다.

특히 이 후보의 비호감을 상쇄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은 이 후보의 마지막 기댈 곳마저 무너뜨린 셈이었다.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A 씨의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A 씨는 “경기도 5급 공무원 배 모 씨의 지시로 김 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 씨가 남편(이 후보)의 경기지사 재직 시절 비서실 법인카드로 반찬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달 9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이후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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