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나오려고 조바심 내지 말라.”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달 17일 봉은사에서 원명 스님 등과의 차담회에서 들은 조언이라고 한다. 당시 배석자에 따르면 김 씨는 이 같은 조언을 듣고 수긍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김 씨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언론 앞에 등장한 적은 사전투표날 단 한 번이었다. 이마저도 윤 당선인과 떨어져 자택 근처에서 혼자 투표를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는 김 씨가 비공개 봉사 활동을 한 뒤 언론에 알리는 방식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끝내 실행하지 않았다.
김 씨는 앞서 지난달 14일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만난 뒤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예술·종교 분야에서 공개 행보를 시작하라는 조언이 많아서 (공식 등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스님의 조언을 듣고는 잠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가 이 같은 행보로 윤 당선인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대선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국민들은 김 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김 씨의 혐의를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력 위조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과단성도 보였다. 당시 기자회견 입장문은 김 씨가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다소 신파성 내용이 담겼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후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그라들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7시간 녹취록’은 위기가 기회로 전환된 사건으로 꼽힌다. 비록 김 씨가 윤 당선인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매체 기자와 조심성 없이 통화했다는 질타도 있었지만 녹취록에서 격의 없고 소탈한 대화 스타일이 드러남으로써 친근감이 올라갔다는 호평이 나왔다. 특히 김 씨가 해당 대화에서 ‘쥴리 의혹’에 대해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층이 쥴리 의혹을 터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