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 개혁에 대한 큰 그림은 검찰의 ‘독립성 강화’, 공수처의 ‘힘 빼기’ 내지는 ‘폐지’에 무게가 실려 있다. 다만 실질적인 변화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 원하는 난관이 예상된다.
10일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사법 개혁의 골자는 크게 검찰권의 회복과 공수처의 정상화다.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자 예산권 부여 △검찰의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 추진 등을 공약했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비판해왔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들을 되레 남용함으로써 여러 수사기관들을 정권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인식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 시절 윤 당선인을 직접 겨냥한 수단으로 쓰였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역대 정부에선 검찰 수사의 자율성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로 2005년 단 한 차례만 발동될 정도로 자제돼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윤 총장에게만 두 차례, 총 세 차례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면서 남용 논란이 불거졌다.
반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되는 공수처에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대표적인 게 윤 당선인이 독소 조항으로 지목한 공수처법 24조다.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이 공수처와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을 경우 이를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했을 때는 즉시 공수처에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김학의 출국 금지 외압’ 의혹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 갈등의 빌미로 작용했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가 검찰권을 약화시키고 공수처를 통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통제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별도 예산권을 주고 독립성을 회복하는 한편 공수처는 개혁 작업 뒤에도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폐지 수순을 밟겠다는 강경 방침을 세웠다.
다만 윤 당선인이 그린 그림이 실현되려면 장애물이 적지 않다. 수사지휘권 폐지와 공수처 개편 등은 각각 검찰청법과 공수처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검찰권 강화를 골자로 한 사법 개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집권 초기 친정인 친(親)검찰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주면 향후 국정 운영에 여러모로 부담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