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바이든, 尹 당선 첫날부터 밀착…흔들린 한미동맹 복원 의기투합

[윤석열 시대]

■ 尹 당선수락 5시간만에 통화

이례적으로 일과시간 이후 전화

"빠른 시일내 만나 관계 발전 논의"

이르면 5월 말 정상회담 가능성

美 정계도 반색 "긴밀 협력 고대"

대북전략 외교에 압박 카드 추가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추진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각으로 9일 오후 7시 40분(한국 시간 10일 오전 9시 40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 미국 정상이 긴급한 외교 현안 없이 일과 시간이 끝난 후에 해외 정상과 통화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두 정상의 통화는 당초 1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미국 측 요청으로 이날로 당겨졌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는 이날 통화가 윤 당선인의 수락 인사 후 불과 5시간여 만에 성사된 것을 두고 윤 당선인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로 글로벌 안보가 위협받고 공급망 위기 또한 심각해진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는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편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 동북아 정책의 핵심 축은 한미·미일 동맹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 동맹은 이전만큼 돈독하지 않아 미국 입장에서는 ‘속앓이’를 해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보수 정부 재집권에 맞춰 신냉전 체제 등 국제 정세에 밀접하게 대응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의 핵심 축(린치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후변화·코로나19·공급망 등 주요 글로벌 현안에서 심화된 협력을 기대한다고 윤 당선인에게 밝혔다. 또 “취임 후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한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논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앞서 윤 당선인의 승리 확정 직후 별도의 축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도 윤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미 동맹은 역내와 글로벌 질서의 핵심 축”이라면서 “윤 당선인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계 공화당원인 영 김 하원의원은 “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더 강력한 한미 동맹과 초당적 협력 증대를 다시 한번 다짐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공고해지는 동맹 관계에 대한 기대감 속에 바이든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대면 정상회담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미 오는 5월 말께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Quad)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찾는 것을 계기로 한국에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꾸린 직후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대로 5월 말 방한할 경우 대통령 취임(5월 10일)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외교 이벤트가 열리는 셈이다.

윤 당선인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향후 5년간 한미 동맹의 방향성과 대북 정책 기조,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문제 등이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논의는 물론 한일 관계 복원을 바라는 미국의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 윤 당선인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만날 해외 정상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꼽은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및 한반도 외교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중국·러시아 등과 맞서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쿼드에 점진적 가입을 시도하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윤 당선인이) 외교 안보 분야 경험 부족을 상쇄하기 위해 노련한 외교 전문가를 기용할 것”이라며 “한미가 2021년 5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의제를 이어가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며 “한국 내 반중 정서와 맞물려 중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북 관계에서는 대화와 외교 위주의 해법에 ‘압박 카드’를 추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에서 대화와 외교를 지나치게 중시해 ‘압박 카드’를 활용하지 못했었다”며 “앞으로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등 북한을 압박할 다양한 카드를 미국과 공조해 대북 정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