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권력의 화신' 태종도 모두가 차별 없이 잘사는 나라를 꿈꿨다

■책꽂이-태종 평전

박현모 지음, 흐름출판 펴냄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1367∼1422, 재위 1400~1418)을 리더십이 뛰어난 지도자로 재조명한 책 '태종 평전'이 출간됐다. 기존에 '권력의 화신'으로만 태종이 묘사됐다면 책은 그가 왕권 강화를 이루고자 했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조선 건국 후 창업기를 거쳐 수성기로 진입하는 역사의 전환기에 그 중심에 있던 태종의 언행들을 다양한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되살려내는데 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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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태종을 조선의 27명 임금의 가운데 이상적인 군주상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평가한다. 책에서 꼽는 태종이 지닌 최고의 강점은 위기 경영능력이다. 왕위에 오르기 전인 1388년 5월부터 1400년 1월까지 12년 간은 그의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운 시기였는데, '위화도회군'과 ‘제2차 왕자의 난’ 등 총 5차례 위기를 맞아 그 때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사태를 반전시켰다는 평가다. 이는 '선발제지(先發制之)’라는 사자성어로 요약된다. '먼저 일으켜 사태를 제압한다'는 뜻으로 정도전을 제거할 때를 회상하면서 태종이 쓴 표현이다.

이런 배경에는 태종의 국가관이 있다. 태종은 국가를 절대적 존재로 여기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때로 군주는 공신과 친지, 가족까지 숙청할 수 있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임금 자신의 몸까지 바칠 수 있는 신성한 존재가 곧 국가라는 게 태종의 국가관이었다. 반대로 국가 경영은 가족 같은 국가를 목표로 삼았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집안으로 보고 백성들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들로, 왕 자신을 부모로 여겼다. 자식들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더라도 모두 같은 탯줄에서 나온 형제자매로, 차별 없이 더불어 잘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저자는 나라를 부강하게 이끌 큰 틀의 아젠다를 제시했던 정치 거목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치에 대한 경멸과 조롱이 채우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 정치적 비전과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리더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전하고 있다. 2만2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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