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라다





소련 정부는 1960년대 자동차 산업 육성 방안을 고민했다. 경제가 성장 궤도에 들어선 데다 국민들 사이에서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차량 제조 기술력이 부족했던 소련은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물색하다가 1966년 이탈리아 피아트와 손잡고 ‘볼가자동차공장(VAZ)’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1970년 피아트 소형 세단을 개조한 VAZ-2101을 출시하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소련은 VAZ를 단순히 국민차 보급 역할만이 아닌 외화 벌이 수단으로 생각했다. 당시 우방이던 동유럽은 물론 서유럽 시장으로의 수출까지 염두에 뒀던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소련산(産) 이미지가 강한 VAZ와는 다른 세련된 차 이름이 필요했다. 1973년 ‘라다(Lada)’ 브랜드가 등장한 배경이다. 러시아어로 ‘돛단배’를 뜻하는 라다의 로고도 돛단배를 형상화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영국·캐나다 등에 수출된 라다는 경제적 대안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의 혹독한 도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탄탄한 구동 시스템을 갖춘 데다 가격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니바·그란타 등 라다 모델 대부분은 2만 달러 미만의 중저가 차량이다. 1991년 소련 붕괴 뒤 VAZ가 아브토바즈로 사명이 변경된 이후에도 라다 브랜드는 살아남아 러시아 국민차로 자리 잡았다. 라다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만 35만여 대가 팔려 점유율 21%를 차지했다. 2009년부터는 합작 파트너가 프랑스 르노자동차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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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여파로 라다를 생산하는 러시아 현지 공장의 가동이 멈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WSJ는 “러시아 경제가 제재의 충격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피치도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6단계 낮은 디폴트 직전 단계로 내리면서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러 제재 충격이 몰고 올 국내 산업별 피해 등을 점검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 대책 등 방파제를 서둘러 쌓아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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