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나프타값 37% 급등…화학업계, 적자전환 우려

'기초원료' 나프타 전년比 40%↑

우크라 사태에 운임비까지 올라

작년 하반기 공급과잉에 실적부진

올해 원가부담 겹치며 회복 난망

업계 "관세 한시적 없애달라" 요청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으로 실적이 꺾였던 화학 회사들은 다시 생산 감축에 나서며 수익성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톤당 102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약 37% 오른 수준이다. 통상 화학 업계에서는 나프타 가격이 톤당 800달러를 넘어서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오르는 추세다. 특히 국내에서 사용하는 나프타 가운데 수입산 비중은 약 20%이고 이 중 약 23%가 러시아산으로 가장 많다. 유럽도 러시아산 나프타 의존도가 50%에 달하는 만큼 러시아를 대체할 수급 경쟁이 치열해져 나프타 가격이 계속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운임비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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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의 기록적인 상승 폭으로 인해 올해 이들 기업의 실적 반등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요 업체들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시달리며 수익성 악화를 겪어왔다.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은 12.6%로 전년 동기 대비 2.8%포인트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3% 감소했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만 1232만 톤이 예정돼 있는 등 공급 과잉 우려도 여전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3%, 44.6%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이와 연동된 화학 제품 가격은 상승했지만 나프타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원가 부담으로 인해 실적 개선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나프타의 대안으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 주요 제품 가격도 오른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3월 LPG의 일종인 프로판 계약가격(CP)은 톤당 89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프로판은 43.2%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NCC 시설 가동률을 낮추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원재료 가격 부담에도 완전 가동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수요 성장세도 주춤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프타나 LPG 가격 상승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수요 부진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적 급감을 우려하는 업계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는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 달라며 긴급 할당 관세를 요청했다. 석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원료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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