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하향 평준화'…軍 훈련부터 리셋 시급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 만들자]

< 3 > 외교·안보 기초부터 다지자

군 장병의 전투력 저하 문제에 비상

복무기간 단축·훈련 축소가 주 요인

작업 줄이고 훈련 강도·횟수 강화를

예비군훈련도 실전 위주 개편 필요





수년 전 강원권의 한 육군 부대를 전역한 부사관 출신 A 씨는 가끔 후배 부사관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후배들이 한결같이 “요즘 사병들 보면 이병이나 병장이나 똑같이 어리바리해서 관리하기 참 힘들더라”고 걱정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짬밥(군대 생활의 연륜을 뜻하는 속어)’이 어느 정도 차면 다소 부조리하고 권위주의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선임병이 내무반 생활에서부터 주요 훈련·교육까지 후임병을 똑 부러지게 가르치는 멘토 역할을 했다. 요즘에는 이런 도제식의 노하우 전수 전통이 많이 흐트러져 계급이 올라가도 후임병은커녕 자기 관리하기도 버거운 경우가 많다고 군 간부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장병들의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대거 단축된 영향이 크다. 군의 한 관계자는 “18개월 복무 기간 중 각종 휴가·공휴일 등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복무하는 기간은 12~13개월 남짓”이라며 “무언가 좀 가르쳐서 써먹을 만하면 전역하니까 숙련병을 육성할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8개월 복무 기간에서는 (육군의 경우) 이병·상병까지 진급하는 데 8개월(최저 진급 기간 기준) 정도 걸리고 병장 계급은 14개월 만에 단다”며 “불과 10여 년 전의 복무 기간 당시로 치자면 이제 일병 정도인 수준이 지금 병장을 달고 있는 것인데 누구에게 뭘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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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및 한미연합훈련 조정에 따른 훈련 축소도 이등병과 병장의 숙련도를 평준화하는 질적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중 대규모 실기동 훈련은 현 정부 출범 후 줄줄이 폐지됐다.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훈련은 유지하고 실기동 훈련은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로 쪼개 연중 분산해 실시하는 상황이다. 한 부사관은 “대대급 훈련도 내실 있게 하면 어지간한 전술 상황에 잘 대응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통해 전쟁 시 작전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선진적인 미군의 전술 경험이나 무기 체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런 점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타인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조류도 군 숙련도 저하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선임이 후임을 가르치기 쉽지 않은 세태가 된 것이다. 근래에 전역한 장병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급 장병이 교육을 좀 제대로 하려고 하면 일부 병사들이 군내 괴롭힘이라고 신고한다든지 뒤에서 후임들로부터 ‘똥군기’ 부리는 꼰대라고 비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군 복무 기간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여야 할 것 없이 2030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어서 인기 없는 정책을 입법화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장병들이 18개월의 짧은 기간이라도 전투력의 숙련도 향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의 강도와 횟수를 강화하고 진급 심사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고 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훈련이 늘어나는 만큼 장병들의 전투와 관계없는 작업 등은 군무원을 늘려 대신하게 하거나 일부는 민간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제대한 후에라도 유사시 동원 전력으로 충분히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예비군 훈련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예비군 소집 훈련에 대해 보상은 늘리는 대신 보다 내실 있고 실전 효과가 있는 방향으로 예비군 훈련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충 소집에 응해 시간만 때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식과 실전 경험을 숙련했는지 채점해 점수제로 관리하고 일정 점수 이상을 이수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예비군 훈련장 및 장비·교관 등의 확충과 관련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군 안팎의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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