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경제 활력 줄 생태계 복원해야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





“역사는 항상 일관성 있게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그재그로 갑니다. 그 방향이 발전이라고도 하지만 반대로 퇴보라고 비난받기도 합니다. 오늘 선거로 미국은 다시 지그재그로 가게 됐네요.” 6년 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버락 오바마가 물러나면서 남긴 명언이다. 그의 예측대로 트럼프는 4년 내내 지그재그를 거듭하다 결국 연임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에게 정권을 내줬다.

한국도 지금 이와 유사한 코스를 가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탈원전에서 임대차보호법·부동산 등 주요 경제정책이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말처럼 일부에서는 큰 퇴보라고 주장하겠지만 정권 교체를 불러온 핵심적 요인이 바로 정책 실패에서 기인된 것 아니겠는가.



지금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는 침체되고 통화와 부채는 급증했는데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게다가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한국 경제는 지금 고물가에 경기까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성장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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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려울수록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기업인을 열심히 뛰게 하고 경제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하며 잠재적인 범죄자로 내몰지 않아야 한다. 고용 창출의 여건을 만들어줘야 투자도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동안 노동과 환경·재해·세제 등 각종 규제로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면서 경제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생태계 자체가 크게 훼손됐다.

둘째,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지속 성장의 기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주류 경제학은 200여 년 이상 세계 각국에서 입증된 ‘상식’의 집합이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 실업이 늘고 주택 관련 세금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비정규직의 과잉 보호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상은 경제원론 몇 페이지만 읽어도 명확히 설명된다. 전문가를 도외시하고 섣불리 분배나 이념 지향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경제가 성장해야 고용도 창출되고 빈부 격차도 줄어들며 사회의 역동성도 회복된다. 시장을 도외시하고 공공 부문을 확대해 정부가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역사의 교훈은 지속 성장이 시장 친화적인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셋째, 정부는 오히려 잠재 성장의 기반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인데 지금 2%대에 불과하다. 인구 정체와 교육의 하향 평준화, 낮은 생산성으로 어떻게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겠는가. 대학의 자율성은커녕 등록금마저 14년째 동결하고 있으니 어디서 21세기 전문 인력의 양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첨단 과학기술의 기반도 대학에서부터 형성되지 않는가. 대학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고 소외 계층에 대한 파격적인 배려를 통해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빈곤의 세습과 계층 간 불균형도 해소되고 잠재 성장의 기반도 크게 확충된다.

“국민만 바라보고” “공정과 상식”에 맞는 정책을 집행한다면 그것은 바로 시장(국민)을 중시하고 국제 규범(상식)에 맞는 경제정책이어야 한다. 이런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면 지그재그로 점철된 정책도 바르게 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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