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장동 특검’을 두고 다시 한번 격돌할 모양새다. 여야 모두 신속 추진에는 공감대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서는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3월 임시국회의 특검 법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법안을 3월 국회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장동 관련 문제의 특검은 여야 모두 주장했고 국민께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나서 대장동 특검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실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진상 규명에 대해서는 확실히 규명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라도 국민들께서 다 보시는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는 꼼수라든가 그런 것도 없다. 늘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 기간에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수사 대상 및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특검법을 낸 곳은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법안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개발 결재 과정 등 수사에 방점을 뒀다. 이에 민주당은 3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 대출, 부실 수사, 특혜 제공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 요구안’으로 맞불을 놓았다. 상설특검법을 활용해 부산저축은행 대출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의혹, 윤 당선인 가족과 대장동 관련자들이 부동산 매매를 통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두 법안 모두 선거 기간에 제출된 만큼 정파적 입장이 담겨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여야의 기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은 “야당의 주장을 검토는 하겠다”면서도 “저희가 내놓은 특검안은 이미 중립적인 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오섭 비대위 대변인도 “대장동 특검의 경우 야당이 제출한 법안은 특검을 하지 말자는 법안”이라며 “대장동 개발이 공공에서 민간 개발로 바뀐 과정과 부산저축은행, 50억 클럽 등 모든 것을 다 올려놓고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특검 법안은 진정성 없는 ‘꼼수’라는 입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임명하겠다는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말로만 그러지 말고 대장동 몸통 규명을 위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데 실천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 이면에는 각자 복잡한 속내도 담겨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3월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킬 경우 막 대선이 끝난 시점에서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을 강행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드루킹 사건’과 같은 역효과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으로서도 정권을 잡자마자 정치 보복부터 시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원하는 특검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만큼 우선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특검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