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무기 보급로 차단"…러 '나토 턱밑' 공습

재블린 등 서방 지원 무기에 고전하자

폴란드 국경 인접 우크라 서부 공격

살상 화학무기 공격 의혹도 계속 확산

美 "실수로라도 나토 타격땐 전면 대응"

13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내 건물과 차량들이 파괴된 가운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습해 외국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13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 군사기지 내 건물과 차량들이 파괴된 가운데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르비우주 스타리치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교육센터와 야보리우 훈련장을 공습해 외국 용병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13일(현지 시간)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야보리우를 공습하며 서방의 ‘무기 지원’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폴란드는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등 미국산 병기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주요 통로로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다급한 나머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턱밑’까지 타격하는 위험천만한 행보를 보이면서 자칫 나토 영향권까지 확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치명적 살상 화학무기 공격 의혹을 제기해 미국 등 서방의 경각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야보리우 타격 이후 “장거리 정밀 무기를 이용한 공습으로 외국 용병 180명을 처리했다”며 이 시설은 외국 무기와 장비들의 보관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을 폴란드 국경을 통해 서방의 무기가 지원되는 데 대한 러시아 측의 위협 메시지라고 보고 있다. 야보리우는 서방의 무기가 도착하는 폴란드 제슈프 공항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잇는 경로다. 러시아가 야보리우를 폴란드 병참과 연결된 요충지로 파악하고 콕 집어 타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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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무기는 침공 이후 단기간 내에 우크라이나 점령을 자신하던 러시아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등 미국산 병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은 수적 열세와 압도적 군사력 차이에도 침공 3주차인 현재까지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있다.

주로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와 동부·남부 도시를 공격하던 러시아군이 최근 중부와 서부로 타격 범위를 넓힌 것도 서방의 무기 지원 저지라는 맥락에서 해석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11일 중부 루츠크의 군사비행장, 11일과 13일 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의 공항 등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중·서부 지역을 폭격했다. 배리 파벨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군의 공격 위험이 작은 우크라이나 서부를 무기 지원 거점으로 삼아왔지만 이번 공격으로 (서방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도 자국 TV에 출연해 “서방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기 위한 수송 행렬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롭 포트먼 미 상원의원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 전투기를 제공하겠다는 폴란드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전 우려를 이유로 폴란드의 요청을 거절한 조 바이든 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이 같은 강경론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경찰 당국은 러시아군이 비인도적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악마의 무기’인 진공폭탄에 이어 화학무기 사용이 확인될 경우 서방의 보다 강경한 대응이 예상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가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경우 “엄격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파병에 선을 그은 나토가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공격당한 야보리우 훈련 시설은 미군과 나토군이 지난달 초까지도 공동 훈련을 했던 곳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실수로라도 나토 영토를 타격할 경우 (나토의) 전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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