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동이사제 등 강성 노조 기득권만 강화…勞편향 정책 수정해야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 4 > 노동개혁, 더 늦춰선 안된다-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자

최저임금 급격 인상에 '을의 갈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정' 논란

ILO 3법 등 노사 불균형 정책에

기업은 "방패막이 없다" 아우성

노동 시장 이중구조 해소 시급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열고 있다. 성형주 기자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열고 있다. 성형주 기자




‘중소기업을 위한 나라’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경제·노동정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슬로건이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함께 굴러가기 어려웠던 목표였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 만큼 중소기업을 위한다던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궁지로 내몰았고 비판이 빗발쳤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 이번에는 노동계가 1만 원 공약을 어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노동정책과는 철저하게 반대로 난 길을 선택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유연화 논의에는 선을 긋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권 강화, 주 52시간제 도입 등 친(親)노동정책을 질주했다. 반면 노동 개혁은 아예 시작도 못 했다. 노동계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강성 노조의 기득권은 더 강화됐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심화됐다.

◇일방적 선의에만 기댄 정책=경영계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노동정책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임금·근로시간·노조권 등 일련의 정책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단계를 건너뛰고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해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지난 2018년(적용 연도 기준) 16.4%, 2019년 10.9% 인상됐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경영난뿐만 아니라 직원을 내보낼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을끼리의 싸움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5%대로 인상 폭이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인천국제공항을 시작으로 한국도로공사·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여러 공기업에서 갈등을 낳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기업과 구직자, 기존 직원의 희생이 불가피한 선의에 기댄 정책이다. 정규직은 직고용을 늘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역차별에 분노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도 정부가 취업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공기업은 직고용을 늘릴수록 재정 부담이 커져 채용 인원이 줄여야 한다며 하소연했다. 인국공 사태는 공정한 기회에 대한 사회 전체의 갑론을박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해 추진했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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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내몰린 노사 관계=노사의 충분한 협의 없는 노동정책은 결국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법안은 노사 관계가 전쟁에 비유될 만큼 대립 구도로 만들었다. 경영계는 ‘기업에 방패막이가 없다’고까지 비유했다.

대표적인 친노동 법안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국제노동기구(ILO)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이다. 지난해 7월 6일부터 시행된 ILO 3법 개정안은 해고자·실직자 등 비종사 근로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ILO 3법은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금지하던 규정을 삭제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개정 노조법에 따라 노조 전임자를 몇 명이나 둘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근로시간면제한도제(타임오프제) 심의도 8년 만에 재개됐다.

노사 갈등의 뇌관이 될 정책들도 문재인 정부에서 테이프를 끊었다.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민간에 이어 공무원·교원의 타임오프제 적용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노조에 갇힌 노동 존중 정부의 딜레마=노동을 존중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조 딜레마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강성·기득권 노조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는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여러 차례 열렸고 일부 노조는 반복적으로 파업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며 집회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사실상 방관했다. 여러 집회와 파업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노조의 불법 행동은 국민들에게 정당성을 호소하기보다는 반감만 키웠다.

기득권 노조가 만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조합원은 280만 5000명으로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편중돼 있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을 보면 30명 미만과 30~99명은 각각 0.2%, 2.9%에 그쳤다. 정부와 노동법으로부터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영세 사업장이 정작 노조권 밖에 있다는 얘기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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