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전과 처벌 사이 딜레마…尹 "구속요건·기소 문제있다" 수정 의지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4> 노동개혁, 더 늦춰선 안된다-노동정책 첫 시험대 '중대재해법'

"법 모호하다" 경영계 보완 요구에

노동계 "시행 첫해 무력화" 반발

尹정부 "예방에 초점" 수정 예고

지난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66인, 찬성 164인, 반대 44인, 기권 58인으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지난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66인, 찬성 164인, 반대 44인, 기권 58인으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올해 경영계와 노동계를 포함해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중대재해법을 바라보는 경영계와 산업계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중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넘어 모호한 법 조항과 강력한 처벌 조항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면책조항 신설 주장을 넘어 법안 폐기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첫해가 지나기도 전에 법안이 무력화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중대재해법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중대재해법은 매년 700~800건씩 발생하는 산재 사망자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만든 형사처벌법이다.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에서 안전관리보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경영책임자(통상 대표)가 징역 1년 이상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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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중대재해법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산업재해 관련 법안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망 산재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가 높은 데다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준수하기 어렵다.

더욱이 기업이 스스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법 시행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법 적용 사고는 17건 발생했다. 사흘에 한 번꼴이다. 경영계는 법 조항이 모호한 만큼 최소한 면책 요건이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 첫 검찰 기소와 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시행 첫해에 보완이 이뤄질 수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한 기업에서 두 번의 법 적용 사고가 나올 만큼 산재예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올 2월 “중대재해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경영책임자와 법인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라는 법”이라며 “현재 사고에 대한 수사만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법 적용이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도 시행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경영계의 요구대로 중대재해법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중대재해법이 구속 요건과 형사 기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산업재해 감소 공약에는 대기업 기술을 활용하거나 하청업체의 안전 수준 의식을 높이는 등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윤 당선인이 문제의식을 보인 노동정책은 중대재해법뿐 아니라 주 52시간제·최저임금제 등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크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이 필요한 정책이 많다. 하지만 정책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채석장 토사 붕괴 등 올해 대형 산재가 잇따르면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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