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대응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한발 비켜선 미국은 예정대로 정책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성장 둔화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금리 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지정학적 위험 고조와 주요국의 통화정책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외자운용원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가로 구별돼 정책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또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 중이거나 시기가 임박한 국가는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추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올해 중 당초 전망대로 6~7회에 걸쳐 1.5~1.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로 지역은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의존도도 높아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위험에 크게 노출된 상태다. 물가는 계속 뛰는데 전쟁으로 인한 심리 위축과 더불어 교역과 에너지 공급 차질로 성장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영국은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작아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