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유가·환율 '듀얼 스파이크'에 수입물가 9년 5개월來 최고…1년 새 30% 뛰었다

■10년 만에 4%대 물가 초읽기

국제유가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2월 전달比 3.5%↑…두달연속 상승

에너지 쇼크에 당분간 유가 오름세

JP모건 올 韓물가상승률 4.1% 전망

수출물가도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

1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1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지정학적 위기와 주요 국가의 긴축정책 전환으로 국제 유가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입물가지수가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물가는 생산자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만큼 10년 만에 4%대 물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높은 원유 의존도와 불안한 원화 가치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올해 2월 수입물가지수는 137.34(2015=100)로 전월 대비 3.5% 올라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 지난 2012년 9월(138.26)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9.4% 오르면서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제트유(82.5%), 원유(63.5%) 등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 올랐다.



수입 물가 상승은 주로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았다. 두바이유는 1월 배럴당 83.47달러에서 2월 92.36달러로 10.7%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1.7%나 상승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영향도 겹쳤다. 달러 등 계약 통화 기준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5% 오르면서 원화 기준(29.4%) 대비 7.9%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2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98원 34전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원화 기준 물가가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원유를 비싼 달러로 사면서 국내 물가를 자극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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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물가지수도 118.21로 전월 대비 2.1%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지수 기준으로 2012년 6월(118.32) 이후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0.3% 올랐다. 계약 통화 기준 수출 물가는 전월 대비 1.7%, 전년 동월 대비 12.6%를 기록했다.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0.1%, 공산품이 전월 대비 2.1% 올랐다.

수입 물가는 환율과 함께 원유 등 에너지 가격에 크게 휘둘리는 만큼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 전환,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각종 변수에 1250원을 넘어 13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최근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축소되거나 원유 수출이 제한되면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차질 등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에 수입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 소비자물가가 4%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JP모건은 올해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1%까지 높였다. 연간 4%대 물가는 2011년(4.0%)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월 단위로도 2011년 12월(4.2%)이 마지막이다. 2월 한은 조사국은 올해 연간 원유 도입 단가(국제 유가에 보험료·운송비 포함) 배럴당 85달러를 전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수준이 계속된다면 소비자물가 역시 4%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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