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내부통제기준 실효성' 엇갈린 판단…당국·금융사 당혹

■ 함영주 DLF 1심 패소 후폭풍

우리금융, 손태승 항소심 결과 촉각

CEO 제재 미룬 금융위도 '고심'

제도 개선방향 결정 쉽지 않을 듯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연합뉴스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연합뉴스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라는 규정을 두고 엇갈린 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고심에 빠졌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우리금융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이다. 사법 판단에 따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최종 제재 수위 및 제도 개선 방향을 결정하려던 금융 당국의 스텝도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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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징계 처분 취소 소송 1심 결과가 예상을 빗나가자 금융권은 물론 금융 당국도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1심에서 승소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첫 변론 기일이 열린 데 이어 이달 말에도 변론 기일이 잡혀 있다. 법원이 함 부회장의 소송에서 금융 당국의 손을 들어주며 손 회장의 2심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금융 당국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등 금융사 CEO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관련한 제재 수위 결정을 보류해왔다. 법적 판단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상반된 판결에 상황이 복잡해졌다. 지난해부터 밝힌 내부 통제 기준 관련 제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제재·제도 개선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부회장의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관련 조항의 문언과 내용, 체계와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 충분히 그 의미를 예측할 수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내부 통제 기준, 내부 통제 점검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여부에 높은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내부 통제 내규에 기존 투자자 정보의 유효기간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은 점,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임의 상향하다 적발된 경우 임직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내부 통제 기준이 실효성 없다고 판단했다. 손 회장의 1심 소송에서 법령에서 규정한 문언적 내용이 은행의 내부 통제 기준에 다 포함됐다면 운영 과정에서 세부적 사항이 빠지더라도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어렵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해석이 상반되게 나오면서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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