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ICBM 쏠 듯 말 듯…차기정부 떠보는 김정은의 '블러핑쇼'

■한미 정보당국에 혼선 주는 北

풍계리 갱도 복구 움직임 등

한미 보란듯 핵실험 재개 활동

이르면 이번주 미사일 쏠수도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보다는

높은각도 쏘아올리는 방식 예상

美는 항모 동원 서해서 군사훈련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북한은 올해 2월 27일과 3월 5일에 해당 미사일 체계 시험을 위한 고각 발사를 감행했으며 추가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북한은 올해 2월 27일과 3월 5일에 해당 미사일 체계 시험을 위한 고각 발사를 감행했으며 추가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대한민국의 정권 이양 시기에 안보 위협을 높여 차기 정부를 길들이려는 북한의 행보가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한미 정보·국방 당국에 보란 듯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핵실험 재개를 방증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최종 실행은 당장 할 듯 말 듯 혼선을 주고 있다. 한미의 대북 정보력을 떠보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켜 결정적 순간에 국면을 전환하려는 김정은식의 다목적 ‘블러핑 쇼(bluffing show)’로 보인다.



15일 복수의 군 당국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신형 ICBM 발사를 이르면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라도 단행할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결심한다면 당장 시험 발사가 가능한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핵실험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도 북한은 이달 초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 건물을 짓고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을 나타낸 데 이어 지난 2019년 ‘갱도 폭파 쇼’로 무너뜨렸던 갱도 입구를 복구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근래에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북한 순안공항에 (지난 8~9일 작업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용으로 보이는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이 설치됐다”며 “미사일 발사 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5일부터 1~3일 간격으로 순안공항 활주로 일대 사진과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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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 우리 당국은 해당 구조물이 미사일 발사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발사대가 아닌 다른 용도의 구조물이거나 발사대를 설치한 것처럼 눈속임하려는 위장 전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당국은 VOA가 활용한 상업위성보다 훨씬 정밀한 해상도의 위성·항공영상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영상 이외에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종합해 판단한다.

북한이 지난 2018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에 앞서 초청한 취재진이 현장 갱도 입구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북한이 지난 2018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에 앞서 초청한 취재진이 현장 갱도 입구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당국자는 “북한이 풍계리 등에서 보이는 활동은 마치 (한미 당국에) ‘너희가 위성으로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언제 쏠지 헷갈리게 해 정부와 주요 언론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놓고 긴장감이 극대화될 때 발사를 감행해 정치적 흥행 효과를 높이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쏠 듯 말 듯 하지만 오는 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신형 ICBM ‘화성-17형’ 관련 시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기상 상황 등을 감안해 이르면 16일이나 다음 주 중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감행할 수 있다. 다만 최대 사거리 발사를 곧바로 실행하기보다는 2월 27일이나 이달 5일처럼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정상 각도보다 높은 각도로 쏘아 올리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향후 몇 차례 더 시험 발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ICBM 기술은 한두 번 발사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차례 쏴서 발사 제원 데이터를 모으고 낙하물을 수거해 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완성되는 것”이라며 “이제 겨우 두 번 시험 발사한 화성-17형을 무턱대로 최대 사거리로 쐈다가 목표 지점 탄착에 실패하거나 미국·일본 등에 요격당하면 국제적 망신이어서 안 쏘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최대 사거리 시험에 앞서 위성발사용 우주발사체(우주로켓) 발사로 위장하거나 사거리를 줄여 몇 차례 더 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만약 몇 차례 시험 발사 후 북한이 최대 사거리 달성에 성공하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최소한 수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북한이 최근 화성-17형 발사를 시험한 것은 총 3단 구조의 로켓 동체 중 신형 엔진이 적용된 최상단의 3단 엔진 성능을 검증하려 했거나 연료를 조금만 넣고 사거리를 줄여 기초적인 비행 제원부터 검수하려 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이 ICBM을 우주로켓이나 축소된 사거리 방식이 아닌 정상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방식으로 최대 사거리를 노려 쏠 경우 이는 대미·대남 관계에서 중대한 국면 전환 카드가 될 것이라고 주요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한편 한미가 북한의 신형 ICBM 추가 발사 동향을 주시하는 가운데 미군이 서해에서 항공모함 함재기를 동원한 비행 훈련을 벌였다. 미 인도태평양함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 공역에서 에이브러햄링컨항공모함의 4세대 및 5세대 함재기와 이 지역에 배치된 미 공군 항공기가 서해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장거리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군 측 에이브러험링컨항모가 서해의 군사훈련을 지휘하고 오산 공군기지의 방공훈련을 강화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요격미사일 전개·배치 훈련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에서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적 약속을 뻔뻔하게 위반한 것이며 지역 인근 국가들과 국제사회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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