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열정도에서 만난 청년 사업가의 조언 “창업하기 전 경험과 공부 중요해”

■ 김운석 열정도 쭈구미 대표

빈 골목에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열정 불어넣어

배달 시장 경쟁 심해…살아남기 위해 공부는 필수

사진=썸데이 기자단사진=썸데이 기자단




최근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용산, 이곳에는 ‘열정도’라고 불리는 한 골목이 있다. 열정도는 남영역과 삼각지 사이 위치한 오래된 골목으로, 이제는 젊고 세련된 감각,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먹자골목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국가의 지원이 아닌 오직 청년 사업가들의 열정으로 탄생해 상권이 활성화된 게 특징이다. 열정도, 청년 창업 그리고 열정도의 현재 상황과 관련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열정도에 위치한 쭈꾸미 전문점인 ‘열정도 쭈꾸미’의 김운석 대표를 만났다.

-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나는 7년째 열정도 쭈꾸미 가게를 운영하는 34세 김운석이다. 쭈꾸미 가게는 기름진 외식이 많을 때 딱 생각나는 게 매운 음식들이기도 하고 청양감을 주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

- 초기의 열정도는 지금과 달리 인쇄소가 많고 낡은 거리 같은 느낌이었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

“원래 열정도 골목은 없던 이름이었다. 재개발 이슈로 인해 인쇄소가 다 나가게 됐고 현재 이 길이 비어 있었다. ‘이 동네에서 새롭게 장사를 해볼까’하고 왔는데 새벽에는 가로등도 제대로 켜져 있지 않고 거주민분들도 이 길을 사용하지 않고 큰길로 갈 정도였다. 나와 초기 가게 주인분들이 한 생각은 ‘가게를 한 번에 여럿이 내서 간판의 빛으로 길을 비춰보자, 그러면 동네를 하나 만들 수 있겠다’라는 거였고, 그 생각으로 동네 자체를 브랜딩한거다. 열정도라는 이름이 섬 도(島) 자를 쓴 거다. 오래된 건물이 서울에 잘 없지않나. 이 동네도 재개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아파트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오래된 시대를 계속 가지고 가는 게 마치 섬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희가 가지고 있던 키워드인 열정을 섬 ‘도’자에 합쳐 동네 이름이 열정도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열정도가 지역 이름이 돼있더라.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플레이스에 열정도 골목같이 이름이 붙었다.”

- 국가 주도로 이뤄진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더라.

“그렇게 알고 있는 분들도 많다. 국가에서 청년들을 위해서 창업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지원을 해줘서 시작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아니고 마음 맞는 분들이 함께 이곳에 가게를 낸 것으로 시작됐다. 2020년 11월에 들어와서 지난해 5월에 오픈했고, 모두 마음이 맞아서 총 7개의 매장이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상권이 형성돼서 다른 매장들도 들어오고, 카페들도 들어오게 된거다.”

- 이곳에 제일 처음 문을 연 매장들이 궁금하다.

“고깃집, 찜닭 가게, 철판요리&와인집, 위스키 가게, 백반&전집, 감자집이었다.”

- 상권 초기 유치 시에 다른 매장들은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상권을 만들어내려면 카페는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해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초기 카페 유치를 부탁했다. 그 뒤로 발 빠르게 자리를 잡아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더라.”



- 열정도를 만들 때 계획한 목표가 있다면.

“없는 상권에서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뭔가 재밌는 동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1차부터 집에 갈 때까지 다 먹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 열정도와 관련된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

“초기 진행할 때는 계획했던 것처럼 조금 더 재미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했었다. 야시장도 기획했는데, 셀러들을 불러서 플리마켓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팔기도 하고 음식도 먹고 한참 푸드트럭이 유행할 때 푸드트럭을 불러서 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단 국가 주도 행사가 아니다 보니, 여러 잡음이 있었다. 일단 지역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해 경찰이 오기도 했다. 막상 장사하러 오신 분들이 딱지도 떼이고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재미있는 행사를 하고자 했던 마음과 달리 환경이 잘 맞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이벤트들을 이어가기가 어렵더라. 지금은 열정도 초기 제작회사가 유지돼있지 않고 각자 사업체로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그런 행사들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 그럼 이제 열정도 쭈꾸미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

“우리 가게에 오면 최대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요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리는 직원이 다 해주고, 어떤 조합으로 먹어야 가장 맛있다 같은 설명도 해준다. 볶음밥까지 한 코스를 끝냈을 때 정말 만족스러운 한 끼라고 느낄 수 있게끔 하려 한다. 앞으로 개선할 방안도 조금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물론 서비스도 포함해서.”

- 인테리어나 문구, 이벤트 등도 독특하고 재미있는데, 그런 영감들의 원천이 뭐였나.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했다. 지금은 많이 줄이긴 했는데, 과거에는 자본이 없다는 약점을 아이디어를 통해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의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가게를 열때 생각보다 적은 금액으로 시작했다. 자금이 적기에 이 금액 안에서 어떻게든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매장들과는 다른 색을 갖게 된 것 같다. 레트로 컨셉은 초기부터 구상돼 있었고, 그와 더불어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이 오히려 좀 더 리얼한 레트로 감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공적인 레트로 감성을 만들어 내려면 돈이 많이 든다. 오래된 소품을 구매하고 어울리게 넣는 등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곳은 진짜 오래된 건물이었고 이 포인트를 살리다 보니 조금 더 리얼한 느낌이 나게 됐다.”

열정도 로고/이미지=썸데이 기자단열정도 로고/이미지=썸데이 기자단



코로나, 그 2년간의 이야기


- 최근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든 점은 없었나.

“처음에 코로나가 터졌을 때 갑작스럽게 힘들어지지는 않았는데, 상황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찾아와 주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요즘에는 비대면 배달이 많은데, 코로나 이전부터도 저희 매장은 배달에 신경을 쓰고 있던 덕에 피해가 치명적이지 않았다. 홀 매출이 떨어지는 동시에 배달 매출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상쇄가 됐다. 옛날에는 ‘매장에서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 장사는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코로나 이후로는 홀 장사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렵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존심 강한 맛집의 경우 배달을 굳이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배달 안 하는 곳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줄 서서 먹던 집도 다 배달을 하다 보니 배달 시장에서는 경쟁이 훨씬 심해져서 저희도 더 신경을 써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 치열해진 시장에서 공부를 계속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 그럼 매출 타격은 거의 없었던건가.

“있었다. 확실히. 그런데 저희만 매출이 떨어진 것이 아니고 타격이 있어도 어느 정도 잘 버티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요새는 매출 하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코로나가 진짜 끝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듯하다.”

- 이벤트에 관련된 계획은 따로 또 없나.

“코로나 이후에 이벤트 등을 하는 게 매우 조심스러워졌다. 한참 코로나가 심할 때 한 외식 업체에서 진행했던 이벤트가 문제가 된 일도 있어서 현재로서는 큰 계획은 없다.”


청년 사업가가 청년 사업가에게


- 젊은 나이에 성공했는, 청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사실 나도 엄청 학습을 많이 하고 창업을 한 것은 아니고,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내가 처음 배울 때보다 지식의 창구가 많이 넓어져서 (창업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책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도 많다. 책이 싫다면 유튜브라도 봐서라도 남들은 다 아는 기본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돈만 갖고 부딪혀 보는 젊은 창업가분들도 종종 있다. 막상 그렇게 시장에 들어가면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을 그제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섣불리 뛰어들어 돈을 쓰기보다는 내가 사업을 펼치고 싶은 영역의 업체, 혹은 잘 되는 가게에 취업해서 자기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장님 밑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배우면 내 돈을 안 쓰고 배울 수 있는데, 창업 이후에는 모든 일에 내 돈이 쓰인다. 어떤 메뉴를 만들어보고 싶으면 사장님 밑에서 만들어보는 거다. 잘 되면 가게와 나에게 둘 다 도움이 되고, 안돼도 경험이고 손해도 안 나는데, 그냥 바로 부딪혀버리면 어려움이 크다. 당장 빨리 돈 벌고 싶어서 뛰어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빨리 성공하지 않아도 되니 스텝을 맞춰서 창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배울 수 있는 곳에 들어가서 학습을 많이 해보고, 준비된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 맨땅에 헤딩하던 시대는 지났다.”

- 본인의 창업 경험에서 기인한 이야기인 듯하다.

“나도 창업을 하기 전에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시키는 것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안 시키는 것도 하고, 모르는 것은 계속 물어보며 배웠다. 책을 저도 별로 열심히 읽는 편은 아니었던 터라,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간다면 좀 더 열심히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그 당시에는) 일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때만 책을 읽었다. 내가 실전 경험은 있으니까 장사를 하게 돼도 어느 수준까지는 잘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실제 세상에 나와보니까 날고 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 책을 좀 더 읽게 됐는데, 그 전에 읽었다면 지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나.

“이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 손님 응대 등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해온 경험이 있으니까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현장 말고 이론적 경험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이끄는 일이 특히 힘들었는데, 이제 직원들에게 어떤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 조직 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 등이 참 어려웠다. 그리고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음식을 판매하려면 원가가 얼마고, 판매가를 정해두더라도 어떻게 마케팅 차원에서 묶어야 잘 팔리고… 이런 것들은 사실 전략적, 학술적 연구가 이미 나와 있는 부분인데, 이런 것에 대한 지식과 고민 없이 장사하게 되면 전략 없이 툭툭 장사를 하게 되는 거다. 이런 요소들에 이제 하나씩 부딪히고, 다른 가게와 비교 하며 의문들이 계속 생기는데, 막상 찾아보니 이런 것들이 이미 책에 다 나와있다. 지금도 하나씩 찾아가는 중인데, 정말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다.”

- 아르바이트 경험의 실패 등이 영향을 주기도 했나.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는 어떤 실패가 있었다기보다 어떻게 해야 돈을 더 많이 벌까를 계속 생각했다. 요식업체에서 일할 때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점장이라는 기회를 비교적 빨리 얻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새로 오픈하는 매장을 기획하는 일에 참여를 많이 했다. 열정도 쭈꾸미 이전에 한 두세 매장을 초기 기획부터 오픈까지 참여했는데, 그때 경험이 실무적으로도 많이 도움이 됐고 자신감을 올려주는 것에도 한몫했다. 그 안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배웠다. 사실 학습이 충분하게 돼 있으면 시행착오를 좀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현장에서 배우다 보니 시행착오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 창업에 대한 생각이 있는 상태로 아르바이트를 한 건가.

“나는 맨 처음에는 창업에 대한 생각보다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제 길을 정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장사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정말 배울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정말 창업을 위해 도움이 될 것 같은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다.”

- 마지막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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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 모두가 정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적으로 인건비, 원상 인상 등 난항이 있는데, 소비자분들은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도 참 힘들고, 여러모로 올해도 어려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급하지 않게 조금씩 노력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고, 미래를 위해 더 고민하면 어떤 기회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힘 냈으면 좋겠다.”


권예지 김소연· 최선우 썸데이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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