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독] "음악 저작권료 못내" 버틴 통신3사에…법원 "77억 내라"

[통신사-음저협 분쟁 2심 판결]

IPTV 사용료 케이블보다 높지만

"VOD 특성 고려한 결과" 선그어

음저협 저작권비율은 90% 적용

6년치 정산하면 수백억 달할 듯

OTT 관련 소송에도 영향 불가피





국내 통신사들이 인터넷TV(IPTV) 사업 대가로 내는 음악 사용료가 비싸다며 저작권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오히려 수십억 원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5년 한 해에 대한 판결이어서 이후 2021년까지 6년 치 비용을 정산하면 추가 인정되는 저작권료는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소송에서 일부 통신사들이 주장한 논리가 무너지며 현재 IPTV와 별개로 진행 중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 수백억대 음악 저작권료 지급해야=16일 법원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KT(030200)·SK브로드밴드(SKB)·LG유플러스(032640)(LGU+)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3사가 음저협에 총 77억 7900만 원(KT 35억·SKB 24억·LGU+ 1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음저협은 저작권자를 대신해 저작물 이용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분배하는 저작권신탁관리업자로 국내 음악 저작물 시장의 90%를 맡고 있다. 이 사건은 이달 초 통신사들이 상소하며 대법원 판단까지 받을 예정이다. 통신사 측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음저협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와 음저협 간 갈등은 2015년도 저작물 사용 계약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며 불거졌다. 중간에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음저협 측에서 조정안을 거부하며 논의가 결렬됐다. 이에 통신사들은 “음저협이 협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탓에 협의가 무산됐다”며 자신들에게 음악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음저협에만 협의 결렬의 일방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케이블·IPTV 다르고 시장 변화 반영해야”=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통신사들이 음저협에 내야 할 ‘적정한 음악 사용료’에 대한 판단도 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용료 산정과 관련한 핵심 쟁점은 사용료율과 저작권 관리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였다. 저작물 사용료는 △IPTV 매출액 △매체 특성에 따라 매기는 사용료율 △저작권 단체의 시장점유율(저작권 관리 비율)에 비례해 계산하는데 통신사들은 사용료율을 기존 1.2%에서 0.5%로, 저작권 관리 비율을 97%에서 9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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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법원은 두 가지 핵심 쟁점에서 통신사 측과 저작권 단체 측 주장을 하나씩 받아들이며 어느 한쪽 편만 들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IPTV 사용료율을 케이블TV를 운영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0.5%와 똑같이 맞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케이블TV보다 IPTV에서 훨씬 많이 시청된다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1.2%라는 사용료율은 이러한 VOD 특성을 고려한 결과”라며 “통신사들에 SO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저작권 관리 비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기존에는 음저협이 독점 신탁관리업자로서 국내 음악 저작물 97%에 대한 사용료 계약을 맡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신탁관리업 경쟁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라는 새로운 단체가 등장했고 음저협의 시장점유율도 감소했다. 법원은 “새롭게 함저협이 출범해 일부 회원과 관리 저작물이 함저협으로 이관됐다”며 “이러한 사정을 반영해 음저협은 약 90%, 함저협은 약 7%의 저작권 관리 비율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중 징수’ 논리 무너져 OTT 소송도 영향 불가피=IPTV 음악 저작권료는 2심 판결까지 나오며 절충점을 찾아가는 듯 보이지만 통신사가 이후 OTT 사업에도 뛰어들며 음저협과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OTT 관련해서 현재 통신사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용료율을 두고 OTT 측과 음저협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문체부가 나서 1.5%로 정한 게 발단이 됐다. OTT 사건은 문체부 처분의 적절성을 따져보는 게 핵심이어서 사용료 면면을 살펴봤던 IPTV 사건과 다소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다만 이중 징수 등 OTT 측에서 주장하는 일부 논리가 IPTV 사건에서 무너져 통신사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TT 측은 “음악 저작권료는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이미 납부한 것”이라며 “OTT 서비스에서 또 저작권료를 내는 것은 이중 징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앞서 IPTV 소송에서도 채널사업자(PP)와의 관계를 들어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법원은 “이미 사용료가 지급됐다고 해도 다른 채널로 방송해 지급하는 사용료는 구별된다”며 “이중 지급이라는 통신사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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