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문 관료가 거수기로 전락…"내각 전면 나설때 책임정책 가능"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를 만들자]

< 6 > 관료 전문성 되살리자-전문가 제언

소주성 등 이념 편향 정책 막으려면

부처 위 군림 靑 비서관 역할 축소

장관이 자유롭게 정책 수립하도록

인사권 실질적 보장 등 힘 실어줘야

부처간 업무 조정은 총리실 활용

연금·노동개혁 시급한 문제로 꼽아





"(다음 대통령은) 장관과 직접 소통하고 장관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줘야 합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인 지난 201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의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일방통행식 정책 수립 과정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정책 수립의 전면에 나서고 전문성 있는 경제 관료를 거수기로 만든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 관료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지난 5년간 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등 이념성 짙은 경제정책에 적절한 브레이크가 걸렸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역할과 관련해 경제 관료들이 자유롭게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맥락에서 경제 부처 개편보다는 청와대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파생된 문제는 조직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를 흔들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내각 주도로 정책을 수립하는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청와대의 정책 하달에 치우쳤다는 의미다.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이 주도한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출범 초 집값 잡기를 기치로 내걸고 부동산 정책을 설계했지만 노무현 정부에 이어 처절한 실패를 다시 맛봐야 했다. 김광두 원장은 “문 정권에서는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요 사항을 다 얘기하면 그 내용이 나중에 장관에게 전해지는 흐름이었다”며 “장관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일단 청와대를 슬림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같은 관점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대폭 줄이려는 윤 당선인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봤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주인 수석비서관회의에 대한 주목도가 더 큰 이상한 현상이 있다”며 “이런 ‘비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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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직원은 총 450여 명에 이른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부처에 군림하는 조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가령 일자리와 고용노동·중소벤처를 담당하는 일자리수석의 역할은 이미 고용노동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 비서실은 옥상옥"이라며 “내각이 있는데 대통령을 위해 소(小)내각을 또 두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김광두 원장 역시 “수석비서관의 역할을 대통령과 장관 간 ‘소통 창구’ 정도로 재설정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은 가져야겠지만 장관들이 정책 수립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서포터스’ 역할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내각이 전면에 나설 때 (이념보다)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민 생활에 밀접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장관들에게 실질적인 인사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 원장은 “최근 공무원 인사를 보면 사실상 청와대 인사수석실이나 민정수석실이 주도한 것과 다름없다”며 “적어도 (각 부처의) 국장 이상은 청와대에서 개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장관의 눈치를 보겠느냐”며 장관의 인사 권한을 실질적으로 인정해주고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해야 공직 사회의 기강이 선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이 집중할 정책으로는 연금과 노동시장 개혁 등이 꼽혔다. 경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기는 없는 정책들이다. 성태윤 교수는 “청와대가 빨리 힘을 실어줘야 하는 정책들은 수년간 논의돼 개혁 청사진은 얼추 그려졌지만 국민의 반발이 거세 답보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나 규제 혁파 등 속도가 필요한 동시에 대통령이 공약 전면에 내세운 정책들에는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힘 빼기’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처 간 조정 및 조율 능력 저하 등 부작용은 총리실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리실에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이 있다”며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면 부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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