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월 "경기침체 가능성 낮다"…가장 공격적 금리인상 시작

■긴축시대 본격 진입…美 연말 기준금리 1.875% 전망

연준위원 7명 '빠른 인상' 원해…0.5%P '빅스텝' 전망도

40년만의 최고 물가에 국채·MBS 등 자산도 축소 예고

올 실질 GDP는 2.8%로 하향…"美 경제 매우 강하다"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5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예고하고 올해 6차례, 내년에도 3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매파’ 시그널을 보냈다. 경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진화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타격과 그에 따른 추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16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결정은 투표권이 있는 위원 9명 중 8명이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하며 이뤄졌다. 반대한 1명은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로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이날 인상 폭은 앞서 파월 의장이 예고한 대로 ‘베이비스텝’에 그쳤지만 연준은 앞서 밝힌 것보다 다소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FOMC 위원들이 앞으로의 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1.875%, 내년 말 기준금리는 2.75%로 각각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회의 당시 공개된 0.875%(올해 말), 1.625%(2023년 말)보다 각각 1%포인트와 1.125%포인트 높은 수치다.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1.875%에 도달하려면 남은 6차례의 회의에서 매번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연내 연준이 한꺼번에 0.5%포인트의 ‘빅스텝’에 나설 여지도 있다.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위원 중 7명이 올해 말 2.125~3.125%, 8명은 내년 말 2.875~3.625%의 기준금리를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7명의 위원들이 올해 훨씬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원하고 있는 만큼 향후 회의에서 0.5%포인트의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모든 회의는 라이브 미팅이 될 것이며 속도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발언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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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차기 회의에서 국채와 기관 부채, 주택저당증권(MBS)의 보유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도 차기 회의가 열리는 5월부터 자산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 국채 등을 대거 사들였으며 현재 9조 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준이 이처럼 강한 긴축 의지를 드러낸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층 고조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연준은 물가 폭등이 ‘일시적’이고 곧 진정될 것이라고 진단해 왔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9%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물가에 대한 연준의 판단 착오가 확인됐다. 연준이 이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을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4.3%로 올린 것은 연준이 이를 인정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바라보게 됐음을 보여준다. 마켓워치는 “이는 연준이 1년 전에 추정한 1.9%는 물론 4개월 전에 추정한 2.6%보다도 높은 수치”라며 “연준이 3%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전망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와 원자재·농산물 등의 가격 급등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엄청난 인적·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 침공과 관련된 사건들이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경제활동에도 부담을 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직전보다 1.2%포인트 낮춘 2.8%로 하향 조정했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은 특별히 높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긴축 통화정책을 잘 견뎌낼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인은 이것이 강한 경제이며, 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인 상황에서도 분명히 번영할 수 있는 경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시모나 모쿠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연준이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매우 불확실하다”며 “연준이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같은 금리 인상이 이뤄질지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트 투자 전략 디렉터도 “연준이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긴축할 경우 경제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과열된 경제를 냉각시키는 것을 넘어 얼어붙게 할 수 있으며 기업의 매출은 물론 주가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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