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코로나 게임체인저' 된 화이자의 선택

■문샷-앨버트 불라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탁월함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대안 중 현명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다. 우연이 아닌 선택이 운명을 결정한다”



제약회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가 쓴 신간 ‘문샷’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경구로 글을 시작한다. 부제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화이자의 대담한 전략’이다. 다소 낯간지럽게 들리지만 화이자가 불과 9개월만에 세계 첫 mRNA 백신,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만도 하다. 여기서 ‘문샷’은 원래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지만 요즘은 ‘불가능해 보이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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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아들인 불라는 2019년 취임 이래 화이자를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백신 개발 과정을 지휘하며 음모와 불신의 아이콘이던 화이자를 세계 최정상 제약사로 올려놓았다. 당시 화이자는 이미 다른 백신을 생산 중이었고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단백질, 접합 등 여러 기술 플랫폼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CEO 2년차였던 불라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무릅쓰고 mRNA 백신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다.

mRNA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병원체 없이 몸이 스스로 백신을 만들도록 가르친다.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사활을 걸기란 결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블라는 이미 기술 제휴를 맺고 있던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연구 개발을 착수했다. 이익은 절반씩 나누지만 개발비 전액은 화이자가 부담했고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모든 손실을 떠안기로 했다.

‘광속 프로젝트’로 명명된 ‘미션 파서블’은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진행됐다. △시간이 곧 생명이다 △더 크게, 더 창의적으로 사고하라 △지휘계통을 단순화하라 △의사결정을 합리화하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 등 블라의 전략 아래 연구개발, 의사결정 단계의 파격적인 재정비가 뒤따랐다. 하지만 성공의 씨앗은 이미 싹트고 있었다. 불라가 2019년 취임부터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이라는 모토 아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라, 영양제 센트룸 등 주요 사업 부분을 정비하고 이미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 기업으로 탈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또 책에서는 국제 사회가 국가 안보 문제인 백신 확보를 놓고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불라가 정치적 압력을 어떻게 헤쳐왔는지도 보여준다. 1만8000원.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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