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 눈]'에너지 허브' 추진해야

우영탁 경제부 기자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다. 석유는커녕 변변찮은 광물 하나 없다. 지난해 12월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지면서 17년간 유지해온 산유국 지위를 상실했고, 배터리 같은 신산업 육성에 필수인 니켈·리튬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자원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자원 부국의 ‘에너지 무기화’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자원을 둘러싼 신(新)안보 전쟁에서 한국이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원이 없으면 눈 뜨고 당해야 할까. 우리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천연자원이 없는 싱가포르는 원자재 거래 허브로 떠올랐다. 전 세계 금속의 20%가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며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거래도 활발하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을 설정하는 나라로 싱가포르를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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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허브가 된 비결은 간단하다.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개방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했고 수송과 판매를 분리했으며 일정 수준의 인력을 고용한 기업들에는 법인세율을 절반으로 낮췄다.

한국은 세계적인 자원·에너지 소비국이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이 각각 세계 5위, 3위이고 1인당 전력 소비량도 1만㎾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 특성상 자원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도 우수하다. 중국·일본·러시아 3국 중심에 위치하며 세계적 규모의 석유화학 산업 단지를 보유했다. 부산항을 필두로 한 항만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쟁국인 일본은 지진이 잦아 석유·가스 창고 구축이 어렵고, 중국은 미국·일본의 반대가 최대 걸림돌이다.

새 정부는 자원 허브 구축을 위해 풀어야 할 규제 리스트를 작성하고 세제 개편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금융·지질 전문가 육성도 절실하다. 공급망 불안에 자원의 금융화는 더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선물과 옵션, 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로 금융 시장의 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벌어질 에너지 고래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금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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