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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 80년 고난사 공감해주길"

◆'파친코' 윤여정 화상 인터뷰

"작품 찍으며 가슴 아프고 미안

힘들었던 경험 '선자' 연기 도움"

감독 "윤여정 얼굴, 韓역사 지도"

애플TV+ 신작 25일부터 공개

'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로 분한 윤여정. 사진 제공=애플TV+'파친코'에서 노년의 ‘선자’로 분한 윤여정. 사진 제공=애플TV+




“봉준호 감독이 작품 감상을 위해 1인치 자막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했듯, 여러분들도 역사의 장벽을 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배우 윤여정이 일제강점기부터 80년간 자이니치(재일 동포)의 서사를 그려 낸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로 돌아온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표류하며 타지에서 자리 잡아 가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4대 80년에 걸쳐 그린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솔직한 인터뷰로 유명한 윤여정은 18일 진행된 ‘파친코’ 프레스 콘퍼런스와 이후 계속된 인터뷰에서 작품 촬영 소회와 자신의 연기·인생관을 가감 없이 밝혔다.

윤여정은 이번 작품에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으로 이주해 가족들을 책임지며 삶을 꾸려 가는 노년의 ‘선자’ 역을 맡았다. ‘여성 서사’는 최근 문화계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 본 작품도 ‘선자’라는 인물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젊은 시절 가족의 변두리쯤에 머물던 선자는 세대가 지날수록 가족의 핵심으로 올라서게 된다. 윤여정은 선자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존을 위해 일을 할 때는 그 일이 힘든 줄도 모른다”며 “나도 이혼 후에 살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는데 그런 개인적 경험들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윤여정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던 자이니치의 아픈 역사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여정은 “작품을 찍으며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함을 느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역사를 많이 배웠고 관객 분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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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에서 이민 가족의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하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윤여정은 다시 아시아계 미국인 제작진, 그리고 미국 자본과 만나 이주민의 삶을 연기한다. 배역의 이름도 선자와 순자로 비슷하지만 캐릭터는 전혀 다르다. 윤여정은 “이민자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시대도, 배경도, 상황도 전혀 다르다”며 “차이점은 관객 여러분들이 직접 보고 찾아 달라”고 말했다. 한국계 제작진의 작품에 계속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내 아래 세대는 ‘국제 고아’ 세대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들이 떠올라서 출연을 결심한다”고 비화를 전했다.

비록 윤여정의 분량이 크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배우·제작진도 모두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묻어 있는 지도 같다”며 극찬했다.

‘연기는 연결’이라는 연기관도 드러냈다. 윤여정은 “배우와 가수는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다르다”며 “모노드라마는 자아도취 같아서 싫고, 출연진과 이어져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내 삶이 어려웠기 때문에 많이 웃고 쉬고 싶다”며 “촬영 때는 진지하게 임하지만 촬영을 안 할 때 연기에 대해 토론하고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수상은 자신을 전혀 변화시키지 않았다며 오히려 늙은 뒤 받은 것이 더 좋고, 그냥 나는 나대로 살다가 죽을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윤여정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도 밝혔다. 그는 “소설의 영상화는 워낙 어려운 작업이고 코로나19까지 겹쳐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에피소드 1을 보고 ‘역시 애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애플이 우리의 아픈 역사인 자이니치에 대한 시리즈를 만들고 조명해 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 등 평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파친코’는 오는 25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다.

인터뷰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사진 제공=애플TV+인터뷰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사진 제공=애플TV+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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