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눈물 나는 ‘군발두통’, 우울·불안 심각한데…진단까지 5.7년 걸려

조수진 교수 공동연구팀, 군발두통 지연진단 심각성 연구

3분의 2는 ‘1년 이상’·3분의 1은 ‘7년 이상’ 진단 늦어져

진단 지연될수록 두통 강도 증가…불안·우울·자살충동도 생겨

군발두통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만 찾아오는 질환이다. 이미지투데이군발두통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만 찾아오는 질환이다. 이미지투데이




두통은 일상 속에서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한두통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주 1∼3회 두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은 발병원인과 증상 등에 따라 편두통, 긴장성 두통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그 중 '군발두통'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 한쪽만 아픈 군발두통, 하루 8번까지도 반복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만 찾아오는 질환이다. 한 번에 4시간 이상 지속되는 편두통과 달리, 군발두통은 15분~3시간 이내로 끝나는데 하루에 8번까지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두통과 함께 한쪽 눈·관자놀이·이마 주변이 유독 아프고,? 눈물·콧물이 흐르거나 이마에서 땀이 나는 증상을 동반한다. ??두통 강도가 심할수록 동반 증상도 뚜렷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약 90%의 환자가 눈물 흐르는 증상을, 60%가량은 결막충혈·코막힘·콧물 증상을 함께 호소한다. ?이밖에 통증 발생 수일 전부터 무기력, 흥분, 과민함 등 두통을 예상할 수 있는 전조증상도 나타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주관하는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으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밤낮 길이가 뒤바뀌는 봄과 가을에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 병력청취·증상에만 의존…3명 중 1명은 진단까지 7년 소요


군발두통 환자들은 증상 자체로 인한 고충 외에도 진단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생체지표인 바이오마커가 없어서 의사의 병력청취 및 임상적 증상에만 의존하다 보니 진단이 늦어지는 것이다.

대한두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가 한국군발두통레지스트리에 포함된 다기관 공동연구팀과 진행한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 및 예측 요인’ 연구에서는 이 같은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2016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5개 대학병원에서 군발두통 환자 445명을 진단 지연 기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한 결과, 발병 후 1년 내 진단 받은 환자는 135명에 불과했다. 148명은 증상 발병 후 진단까지 1~6년이 소요됐고, 가장 많은 162명은 7년 이후 진단을 받았다.

이들 환자가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환자 중 69%가 1년 이상, 36%가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군발두통 환자 3명 중 2명은 발병 후 1년이 지나 진단을 받았다는 의미다.

◇ 진단 늦어질수록 우울증 위험 높은데…10대 청소년, 90%가 방치


젊은 연령층에서 군발두통 진단 지연이 두드러졌다. 19세 이하 청소년기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경우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진단이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3그룹(162명)의 연령별 비율을 살펴보면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했다. 반면 40세 이상 환자는 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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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1년 내 조기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진단이 지연된 그룹에서 불안 및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자살충동과 두통영향지표(HIT-6)는 진단지연이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두통질환분류 기준인 ICH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edrs)가 발표된 후 최근 10년 동안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진단지연에 의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외에 군발두통의 발병연령, 우울증(PHQ-9), 군발두통의 종류(단발성 및 만성)는 진단지연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들로 조사됐다.

◇ 편두통·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인하기 쉬워…정확한 진단·치료 필요


전문가들은 나이가 어린 경우 본인의 증상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편두통으로 오진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는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조수진 교수가 진료실에서 군발두통 환자에게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동탄성심병원조수진 교수가 진료실에서 군발두통 환자에게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는 “성장기에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군발두통을 비롯해 편두통 등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성인에서도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이 흔하고, 군발두통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정신과적 동반질환의 비율이 높아졌다"며 "이는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우울증 처리 부위가 공유하는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발두통 진단이 지연될수록 정신과적 측면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진단이 지연된 군발두통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정신과적 동반질환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 2월호에 게재됐다.

◇ 3월 21일은 ‘군발두통 인식의 날’


오는 3월 21일은 전 세계 ‘군발두통 인식의 날’이다. 봄철 증상이 심해지는 군발두통 환자들의 고충을 공유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봄이 되면 일조량 변화와 같은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군발두통을 포함한 두통 발작이 증가한다. 두통 발생을 염려해 중요한 일정을 미루거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군발두통 환자들도 많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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