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친코’의 재미 작가 이민진(53·사진)이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미국 사회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작가는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아시아계 미국인은 항상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고에서 “아시아계는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거나 안전한 길로만 다니고 페퍼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만 거리로 나선다”고 밝혔다.
1977년 세 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이 작가의 부모는 맨해튼 한인타운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강도와 절도에 시달렸고 모친이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낯선 남자의 공격을 받을 뻔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1986년 예일대에 진학한 이 작가는 뉴욕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녀야 했다”면서 캠퍼스 인근에서 구걸하던 한 퇴역 군인이 자신을 붙잡고 “난 중국 여자를 좋아한다”고 희롱한 사건을 술회했다. 이어 “나의 한국적인 얼굴이 전쟁의 패배나 난민, 가난, 질병, 값싼 노동력, 성적 경쟁, 포르노 중독 등을 연상시켰다”며 “아무리 수수하고 남자처럼 옷을 입어도 난 눈에 띄었다. 내 인종을 집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을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끔찍한 폭력 사건이 급증한 것은 아시아계를 향한 뿌리 깊은 편견과 관련이 깊다.
이 작가는 “아시아계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적대와 거부, 때로는 정부로부터의 제재와 맞닥뜨렸다”면서 “그런 것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게 슬픈 대목”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다른 사람, 또는 정부 기관이 나를 완벽히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면서 “아시아계를 공격하는 이민 배척자들과 노숙자처럼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시아계가 신체적으로, 정치적으로 약하며 하나로 뭉쳐 대응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