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 윤 당선인의 가치인 ‘공정’에 부합하는 공약 실행에 보다 무게를 뒀다.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종합부동산세 폐지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50% 미만의 찬성이 나온 것과 달리 노조 세습 채용 근절이나 입시비리 아웃제 등은 70% 이상이 실행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정치 쟁점화가 불가피한 공약보다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갖는 공약부터 윤 당선인이 실행해 정쟁을 최소화하며 ‘통합’의 정부 운영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가 공동으로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 후 인식조사에서 ‘노조 고용세습 금지’ 공약 실행에 73.6%가 찬성했다. 반대는 6.5%에 그쳤다.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77.8%가 찬성, 반대는 2.7%에 불과했다.
윤 당선인이 1년여 전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뒤로 정치를 이어온 가치가 정의와 공정이라는 점에서 해당 키워드와 직결되는 공약 실행을 국민들이 갈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 투표한 유권자도 노조 고용세습 근절 공약에 68.1%가 찬성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전 지사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입시비리 아웃제에도 74.8%로 공약 실천이 필요하다고 높은 비율로 응답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국민들은 윤 당선인의 국정의 가치가 정의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이미지, 본인이 대선에 나오면서 주장했던 것들이 반영돼 공정한 고용과 입시에 대한 기대감이 공약 실천에도 투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 독립과 수사권 정권 도구화 방지’ 공약 실행도 64.3%로 높은 찬성 응답이 나왔다.
반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종부세와 임대차 3법 폐지 공약에 찬성하는 응답은 42.2%에 그쳤다. 물론 폐지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5.9%에 그쳤지만 종부세가 특정 계층에 국한된다는 현 정부·여당의 캠페인이 적지 않게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종부세 직격탄을 맞은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종부세 폐지 공약을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49.6%, 39.1%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 간 인식 차이는 더욱 컸다. 종부세와 임대차 3법 폐지를 실행하는 데 반대 입장은 △진보층 52.6% △보수층은 4.8%로 각각 나타났다. 반대로 폐지 실행에 찬성하는 입장은 △진보층 22.0% △보수층 70.7%로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진보층 역시 종부세와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대선 직후 지지 후보의 입장에 따라 분열된 여론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 운영과 최저임금제 개편에 대한 실행에 찬성하는 입장은 50.6%, 반대는 24.5%였다. 이 역시 진보와 보수는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 진보층과 보수층의 시행에 대한 찬성 입장은 각각 27.8%와 74.8%로 갈렸다. 유권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약을 무조건 찬성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직접 영향을 받는 경기·인천 지역은 57.4%로 전체 54.8%의 찬성 응답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국가 재정부담이 큰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점을 국민들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선거학회장인 강우진 경북대 교수는“진보·보수 진영 간 입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양극단의 힘겨루기로 정권 초반 국정 어젠다는 국회를 통과할 수 없고 갈등만 더 심화할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작동 가능하게끔 시스템 통치 단계로서 윤 당선인이 공약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2~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58명(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0%포인트, 웹 조사 응답률 93.5%)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