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대재해법 A to Z] ‘시공 총괄’ 쌍용C&E, 발주자 인정 안돼 대표 입건

② 건설현장서 발주자 구분·쟁점

발주자에겐 법률 적용 안 하지만

산안법 근거로 ‘원하청 관계’ 판단

안전의무 지켜 처벌 피한 사례 없어

강원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 연합뉴스강원 동해시 쌍용C&E 동해공장. 연합뉴스




지난 2일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달 28일 협력업체 근로자의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쌍용C&E의 대표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사고는 쌍용C&E가 발주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를 근거로 쌍용C&E도 발주자라고 주장했다. 만일 쌍용C&E가 발주자라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고 대표 입건도 당연히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고용부가 대표 입건을 결정했다는 것은 발주자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쌍용C&E와 하청업체를 발주자와 시공사 관계가 아니라 원하청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쌍용C&E가 발주자로 인정되지 않은 배경은 우선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10호를 기초로 한 결정으로 보인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자로 정의했다. 반대로 관리를 한 사실이 있으면 발주자가 아니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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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와 협력업체 관계를 판단하는 데 이 조항과 노동계의 주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는 공장 내 설비 개조 공사 과정에서 일어났다”며 “수십년째 생산 공정 주요 설비를 협력업체(근로자 소속 업체)가 유지하고 보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계는 발주자와 시공사 관계가 아니라는 과거 법원 판례도 있다. 2015년 SK하이닉스의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법원은 건설공사의 전체적인 진행 과정을 조율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상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앞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가 발생할 때 발주자인지, 원청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건설업은 한 해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할만큼 비중이 높은 데다 건설사들이 먼저 발주자라는 주장을 펼 게 유력하다. 발주자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수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달 16일 세종-포천 간 도로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는 발주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일어난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처벌을 받지 않는 방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키지 않거나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이행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아직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 가운데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제대로 지켜 처벌을 피한 사례는 없다. 발주자로 법 적용의 방어막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많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발주공사를 맡긴 중앙행정기관도 산재예방을 위해 안전보건대장 작성,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전문지도기관 상담 등을 해야 한다”고 발주자의 산재예방 역할도 당부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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