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재정여력 무시한 손실보상·빚탕감…적자국채 부메랑으로

[공약, 거품을 걷어내라]

<2> 미래 위한 복지개혁 나서야 - 경고등 켜진 민생대책

자영업자에 600만원 지원금 등

수십조원 재정사업 속도내지만

세계잉여금 가용 재원 3~4조뿐

기존 예산 구조조정도 마땅찮아

"서민 등 경제약자 도와준다더니

물가상승 등 되레 피해만" 지적





정부가 이달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6개월 더 시행하기로 했다. ‘부실 폭탄만 키운다’는 우려에도 정치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결정을 미룬 것이 이번까지 벌써 네 번째다. 그사이 전 금융권이 떠안은 만기 연장 잔액은 116조 6000억 원(2021년 말 기준)으로 불어났고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 규모도 각 12조 2000억 원, 5조 1000억 원까지 늘었다. 부실이 드러나면 오롯이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할 돈이다.

부실 우려는 차기 정부 들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소상공인 대출의 충분한 만기 연장”을 공약한 터라 연장 조치 종료는 일러야 내년에나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소액 채무 원금 감면 폭을 현행 70%에서 90%까지 확대하고 비상 시 자영업자의 부실 채무를 일괄 매입하는 안까지 공언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빚은 빚대로 내주고 문제가 되면 정부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얘기인데 후폭풍을 감당할 재정 여력이 있을까 싶다”며 “소상공인 대상 대출의 상당수는 부실 가능성이 큰 만큼 연착륙 방안을 시급히 논의할 때”라고 지적했다.



선심성 정책을 향한 정부 안팎의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윤 당선인은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재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방역지원금 60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앞서 1차 추경으로 이들 332만 명에게 300만 원씩 지급하는 데 들어간 돈이 9조 6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추가 지원에 필요한 재원만 19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방역지원금을 포함해 윤 당선인 측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추가로 쓰겠다고 밝힌 액수는 33조 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문제는 결국 재원이다. 윤 당선인 측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우선 18조 원 규모의 세계잉여금(총세출-총세입)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금 정산과 국채 상환 등에 먼저 쓰도록 돼 있다. 예산 당국에 따르면 이를 제외하고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세금은 3조~4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잉여금 외에 세외수입이 더 들어올 수는 있겠지만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기존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마땅치 않다. 올해 예산(607조 원)의 절반은 법에 따라 용처가 정해져 있고 남은 절반 가운데도 인건비와 다년 계약 사업처럼 조정이 어려운 예산 사업이 다수 포진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예산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사업’ 같은 현 정부의 사업을 손보려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지 않겠나”라며 “뉴딜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도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 삭감으로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뒷받침하려면 재원의 대부분을 적자 국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국채를 발행한다면 이미 빠르게 악화한 국가 재정에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향후 추경의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당시 36.0%(2017년)였던 국가채무비율은 윤석열 정부 임기 말에 67.8%(2027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확산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제 불안으로 대내외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리스크에 더 취약한 만큼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국채를 단초로 서민 경제가 되레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채 값이 급락(국채금리 상승)하고 맞물린 대출금리가 뛰면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지난 1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31%로 마감해 이미 연초 대비 0.3%포인트 이상 높아진 상태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한 인사는 “정부가 재정을 풀면서 내세우는 이유가 서민층을 비롯한 경제 약자를 도와주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물가와 시장 금리 인상을 부추겨 되레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방역지원금을 추가로 주더라도 시기별로 분할 지급해 국채를 나눠 발행하는 방법을 고려해봄 직하다”고 조언했다.


세종=김우보 기자·세종=곽윤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