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수익 악화·규제리스크에…카카오 직영택시 결국 구조조정

900여 대 운영중인 티제이파트너스

설립 후 3년 내내 만성 적자 시달려

기사급여 보장되는 월급제 원인 지적

일부 법인 매각·사업 다각화 중 검토





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직영택시 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선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데다 또 다른 주력 택시 사업인 가맹택시 부문이 업계 1위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직영택시 운영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법인을 매각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접목해 새 모빌리티 사업으로 탈바꿈할 방침이다.



21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직영택시 자회사 티제이파트너스의 사업 개편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티제이파트너스를 중심으로 그 아래 손자회사 9곳을 통해 총 900여 대 규모의 직영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직영택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다만 매각이냐 사업 다각화냐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제이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3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는 소속 기사들이 근무 시간만 채워도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월급제’가 꼽힌다. 보통 택시 회사들은 기사들이 매일 10만 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그 이상의 수익은 가져가는 ‘사납금제’를 적용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초 기사 처우 개선과 신사업 추진에 유연하다는 장점에 주목해 월급제를 택했지만 비용 부담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직영택시 사업 재편과 관련해 “경영 효율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맞지만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영은 3년째 900대, 가맹은 3만대 이상으로 ‘껑충’=카카오모빌리티가 직영택시 사업을 시작한 3년 전만 해도 비슷한 시기 함께 출범한 가맹택시 ‘웨이고블루(현 카카오T 블루)’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아직 가맹택시에 참여하는 다른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접 굴리는 직영택시를 적극 운영해 이용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플랫폼과 접목한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택시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들과 계약을 맺고 ‘카카오’라는 브랜드 사용권과 서비스 품질 관리 등을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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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사업 초반에는 직영택시와 가맹택시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맹택시들을 끌어들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지만 이후 가맹택시 사업이 직영택시 없이도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며 직영택시 사업 효용은 크게 떨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는 2019년 100대로 시작해 2020년 1만6000여 대로 폭증했고, 지난해 3만 대까지 늘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가맹택시 업체 케이엠(KM)솔루션은 지난 2020년 23억9000만 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8억7000만 원 순이익을 거두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리스크에 변화 필요하지만…고용·기업가치 문제 걸림돌=지난해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의 규제 이슈도 이번 구조조정 추진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크게 공론화 된 문제는 아니지만 티제이파트너스는 심판(플랫폼 운영자)이 플레이어(직영택시)를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구조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도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인 매각은 고용 문제로 상황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회사 매각은 차고지 등 근로조건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기사들이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 택시법인을 샀을 때와 지금의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가격 조건이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만 해도 법인택시 면허 한 대당 카카오모빌리티가 6500만 원 수준으로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시장 가격은 반도 안 되는 3000만 원 안팎이어서 제값에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공공성 강화할 듯”=결국 일부 매각이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주력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가맹택시의 새로운 수익모델인 ‘RSE’를 도입하며 앞서 직영택시에 우선 도입해 테스트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RSE는 차량 뒷좌석에 제휴 콘텐츠를 보여주고 광고수익을 거두는 플랫폼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택시 사업 그 자체로서는 직영택시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나 혹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 성격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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