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靑 용산 이전, 신구 권력 정면 충돌 막으려면 협의해야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새 정부 출범 전 집무실 이전에 난색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예비비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도 어려워졌다.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면서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이전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정면 충돌은 국론 분열과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윤 당선인과 만났을 때 제대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도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정치 공방을 벌이듯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잘못됐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오전 박 수석을 통해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협력하는 듯하다가 반나절 만에 입장을 선회했다. 안보를 구실 삼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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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도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와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취임일에 맞춰 용산 입주를 완료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급기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용산 이전 문제가 ‘제2의 광우병’ 사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혹여라도 윤 당선인 측이 그런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추진하되 취임일까지 꼭 맞춰야 한다는 데 집착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신구 권력 대립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사과한 뒤 조만간 회동해 집무실을 순조롭게 이전하는 방안을 협의해가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물러나는 대통령은 당선인이 국정을 제대로 승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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