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지휘권 폐지 찬성"…김오수 '새 정권 코드맞추기?'

박범계 "반대" 의사에도 대검은 "찬성" 의견 내

대검 의견 인수위 업무보고에 포함될 지 관심

법조계 "총장 입장에선 조직 위한 일반적 의견"

검찰, 현 정부와 '거리두기' 수순 전망도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합을 맞춰온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놓고 이견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총장이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당연한 논리’를 내세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차기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최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구속 또는 기소 여부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대한 통제는 법무부 장관의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나 인사권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다. 전달된 의견은 김 총장의 승인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로서는 대검의 행보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오는 24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지만, 박범계 장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업무보고에 포함하는 건 부담이 크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대하고,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제도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에 이러저러한 수사 경과와 결과 결정에 대해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인수위 보고 전까지 법무부와 대검이 추가적인 협의를 거칠 시간이 남아있지만, 대검이 이미 낸 의견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적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대검 의견을 뺀 채 인수위에 보고하거나 해당 공약을 둘러싼 문제점과 부작용, 애로 사항 등을 함께 담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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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이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에 나선 데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여당 의원 소속이자 판사 출신인 박 장관과는 달리 검사로 출발해 조직의 수장을 맡은 김 총장으로선 윤 당선인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에도 ‘형사부 직접 수사 제한’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총장이 여러 선택지에서 조직 논리를 우선시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의 입장에서 볼 때 수사지휘권은 검찰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일 뿐이니 폐지 의견을 내는 게 당연하다”며 “새 정부와 맞을 맞췄다는 시각은 확대해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총장으로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위해선 수사지휘권 폐지를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거취 표명을 압박받는 김 총장이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새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이 윤 당선인 측과 각을 세우기보다 협력하는 방향을 택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공정거래조사부를 기존 9명에서 15명 규모로 확대 개편한 점도 새 정부 출범을 의식한 조치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공정거래 분야는 윤 당선인이 검찰 재직 시절 꾸준히 관심을 쏟아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법무부와 검찰이 본격적인 거리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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