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과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3년 만에 금리를 올렸다. 2월 물가상승률이 7.9%에 달함에 따라 연준은 물가를 낮추기 위해 올해 말까지 6차례 금리를 더 높일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을 불러와 외환위기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미국은 큰 폭으로 금리를 높였고 한국경제는 환율상승과 자본유출로 외환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은행 금리정책 운용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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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신임총재 지명을 서둘러야 한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는 3월말까지다. 4월부터 금리정책을 총괄할 신임총재가 지명되었어야 하지만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아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금융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자본유출과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고 원유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의 저금리로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 증가를 정상화시켜야 할 금리정책의 과제 또한 남아 있다. 한운 총재의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정책 성공적인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한국경제는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와 인수위는 정치적 요인보다는 국제금융에 대한 식견과 능력위주로 총재를 선임해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율을 고려한 금리정책 운용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금리정책에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고 물가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큰 폭으로 높여야 하지만 그럴 경우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부실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환율을 고려한 금리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은 미국과의 금리차이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환율이 높아질 경우에도 환차손 때문에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정책을 환율변동을 고려해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안정될 경우 점진적인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과 과도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자본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금리정책 운용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한미통화스왑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46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인 주식투자비중 또한 31%로 높다. 앞으로 미국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자본유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외환보유고만으로 환율상승을 방어하기는 역부족이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해 국가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왑이 효과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과의 통화스왑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적이 있다. 한국은행과 외환당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통화스왑을 재개해 환율을 안정시켜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미국 금리인상에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가능성으로 퍼펙트 스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5월에 정부 교체를 앞두고 있어 정책당국의 대응이 느슨해 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과거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새 정부 집권시기와 맞물리면서 위기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한국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한국은행 신임총재의 신속한 선임과 신중한 금리정책 운용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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